경기침체 속 입주 기업 크게 부족
그래픽=김하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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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찾아간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지식산업센터. 연면적 약 5만9000평에 달하는 웅장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지난해 7월 준공돼 사무실 930곳이 입주 기업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달 넷째 주 기준 입주율은 약 50%에 불과했다.
근방엔 지식산업센터 한 곳이 더 있었는데, 이곳 상황은 더 심각했다. 연면적이 4만5000평에 달하고 사무실 물량도 1200개나 되지만 입주율은 15%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곳 1층 상가와 위층 지식산업센터 사무실 창문 곳곳엔 ‘임대 문의’라는 현수막과 전단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근처 부동산 중개업체 관계자는 “(이 지역) 수요에 비해 지식산업센터 공급이 지나치게 많은 상황”이라며 “지하철역 등 접근성도 좋은 편이 아니라 사무실 분양받은 분들이 전세나 월세 가격을 내리거나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로 내놓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2~3년 전만 해도 지식산업센터는 아파트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대체 투자처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지식산업센터 담보 대출 연체율이 최근 3년간 가파르게 오르는 등 부실화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권을 중심으로 지식산업센터 투자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지식산업센터 대출 연체율 2배 증가
27일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16개 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7조8000억원쯤이던 지식산업센터 담보 대출 잔액은 지난해 35조7000억원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아파트형 공장’으로 알려진 지식산업센터는 일반 공장과 달리 수도권 공장총량제의 적용을 받지 않고, 분양 또는 매입 가격의 약 80%까지 대출이 가능해 부동산 가격 상승기였던 3~4년 전 집중 분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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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단지공단 팩토리온에 따르면, 전국 지식산업센터의 승인, 등록 건수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20년 4월 1167곳(건축 예정 포함)에서 올해 4월 말 1539곳으로 32%쯤 늘었다. 지식산업센터의 정부 인허가 건수도 2010~2017년 연평균 56건에서 2018~2023년 연평균 108건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경기 침체로 입주 기업이 잘 나타나지 않는 데다 고금리 기조까지 겹치면서 지식산업센터 담보 대출의 연체율도 함께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말 평균 0.09%에 머물던 지식산업센터 담보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20%로 배 이상 올랐다.
지식산업센터 입주 업체 대부분이 종업원 10명 미만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경기가 악화할 경우 공실이 발생하거나 입주 업체가 임대료를 미납할 위험이 큰 편이라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식산업센터의 리스크를 판단할 때는 일반 상가 공실률보다는 기업들의 입주율이 중요하다”며 “(부동산 관련 부서에서) 올해 초 경기 평택, 구리, 고양 등에 있는 일부 지식산업센터에 대해 조사한 결과 기업 입주율이 20~30%에 불과한 곳이 많았다”고 했다.
◇ 경매 나온 물건은 1년 새 2배로 늘어
관리비나 대출이자 등 운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경매로 나온 지식산업센터도 크게 늘고 있다. 데이터 전문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법원 경매에 나온 전국 지식산업센터 매물은 총 35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5건과 비교해 102% 급증했다.
특히 지난달엔 경매 진행 건수가 116건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월 50건 대비 132% 늘어난 것이다. 경매 매물은 증가하고 있지만 수요는 적어 낙찰률은 지난달 기준 36%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지식산업센터 공급이 계속되고 있어 향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이달 기준 전국에서 건축 중인 곳만 103곳이고 미착공도 236곳에 달한다.
정재호 목원대 부동산금융보험융합학과 교수는 “지식산업센터는 과거 저금리 상황과 부동산 투자 광풍으로 공급이 크게 늘어난 반면,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수요는 되레 줄어든 상황”이라며 “충분한 사업성 검토 없이 투자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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