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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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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톡톡] 애플, 비전 프로로 13년 만에 ‘블랙 펜슬’ 받았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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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디자인 팀에 이번 수상을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5일(현지시각)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비전 프로는 디자인 및 엔지니어링 팀의 수년간 혁신으로 만들어졌다”고 적었습니다. 이는 애플의 혼합현실(MR) 기기 ‘비전 프로’에 탑재한 비전 OS(VisionOS)가 영국 D&AD(디자인 앤 아트 디렉션 어워드) 디지털 디자인 부문에서 최고 상인 ‘블랙 펜슬’을 수상한 것을 축하한 것입니다.

애플의 블랙 펜슬 수상은 고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창업자가 회사를 이끌던 지난 2011년 이후 13년 만입니다. 쿡이 애플 CEO로 정식 취임한 후 첫번째 수상입니다. 잡스 CEO 시절 애플은 D&AD에서 총 17회 수상한 바 있습니다.

비전 프로가 내세우는 MR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의 장점을 혼합한 기술입니다. 기존 VR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반투명 렌즈를 통해 AR처럼 현실과 상호 작용이 가능합니다. 3500달러(약 477만원)의 고가이지만 비즈니스 앱을 탑재해 기업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쿡 CEO는 지난 1월 비전 프로 공개 당시 “공간 컴퓨팅 시대가 도래했다”며 “비전 프로는 지금까지 애플에서 만들어진 제품 중 가장 진보하고,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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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열린 2023 애플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비전 프로' 옆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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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현재 미국에서만 판매 중인 비전 프로를 다음 달 개최하는 세계연례개발자회의(WWDC) 이후 해외 시장에 출시할 계획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호주, 일본, 싱가포르, 중국 등이 포함될 예정입니다.

업계에선 비전 프로의 해외 출시가 최근 아이폰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애플의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올해 1분기 매출(907억5000만달러)이 전년 동기 대비 4% 줄었습니다. 특히 회사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아이폰 매출이 459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하락했습니다.

특히 애플 입장에선 스마트폰 다음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구상했던 ‘애플카 프로젝트’가 실패하고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에서도 뒤지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시가총액 1위 자리도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에 내주면서 VR 시장에서만큼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VR 시장 상황도 애플에 다소 유리하게 변화했습니다. 현재 메타, 소니 등을 제외하고 시장에서 큰 존재감을 보이는 기업이 없기 때문입니다. 시장의 절대 강자인 메타의 점유율도 지난 2022년까지 70%대였지만 현재 50%대로 낮아졌습니다.

◇ VR 시장 사실상 철수했던 MS, 메타와 협력 나서

애플의 이 같은 움직임에 MS가 급해진 모습입니다. MS는 지난해 소비자형 메타버스 부서를 해체하고 VR 핵심 부서인 ‘홀로렌즈’ 헤드셋 개발팀까지 일부 정리했습니다. 홀로렌즈3 개발도 무기한 중단했습니다.

지난 2020년 이후 VR 출하량이 3년 연속 감소하면서 시장에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게임 시장을 제외하면 활용도가 떨어져 이를 찾는 이용자가 점차 줄었습니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가 다시 바뀌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 비전 프로의 영향으로 올해 VR 기기 출하량이 전년 대비 390만대 늘어난 3400만대로 전년 대비 두 자릿 수 성장률이 예상됩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애플은 비전 프로를 약 50만대 판매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높은 가격대를 감수하고 기술을 사용하려는 많은 마니아들이 몰려들어 세계 VR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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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가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빌드 2024에서 메타의 VR 헤드셋인 ‘메타 퀘스트’를 자사 OS인 윈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볼류메트릭 앱’을 발표했다./M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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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는 최근 메타와 협력해 VR 시장에 다시 참전을 선언했습니다. 지난주 개최한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빌드 2024에서 메타의 VR 헤드셋인 ‘메타 퀘스트’를 자사 OS인 윈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볼류메트릭 앱’(Volumetric Apps)을 발표했습니다. 사용자는 메타 퀘스트를 쓰고 3차원(D) 공간에서 윈도 조작이 가능합니다.

MS가 VR 헤드셋 제조 및 판매를 포기한 대신 메타와 협력을 통해 윈도를 VR 생태계 핵심 OS로 만들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메타 입장에서도 MS와 협력을 통해 메타 퀘스트의 활용도를 높여 기업 시장 진출이 용이해졌습니다.

IT매체 폰아레나는 “현재 어떤 앱이 지원되며 VR에서 어떻게 작동할지 알 수 없다”면서 “그러나 이는 애플을 타깃으로 삼아 이제 메타 퀘스트가 기업에서도 비전 프로를 대신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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