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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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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운노조 채용비리 사라질까…검찰, 지부장 등 73명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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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부산항운노조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 압수한 현금 등./부산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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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2019년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로 80명이 넘는 노조 간부와 근로자들이 사법처리됐지만 부산항운노조의 채용 비리는 여전했다.

부산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 김익수)는 27일 채용과 관련, 27억원을 서로 주고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로 부산항운노조 간부 15명을 구속 기소하고 이들에게 돈을 준 근로자 등 5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부산항운노조 채용비리와 관련, 지난 2005년 50명(주고 받은 청탁금 11억원), 지난 2019년 31명(주고 받은 청탁금 10억원)을 적발해 기소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부산항운노조 5부두 지부장 A(52)씨는 2022∼2023년 조합원 40명 대부분으로부터 채용 추천 대가로 3000만∼6500만원을 받는 등 청탁금 10억원 가량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제여객터미널지부 반장 B(61)씨는 정조합원 채용이나 간부 승진을 시켜주겠다고 속여 지난 2013년부터 10년간 조합원으로부터 10억7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B씨가 받아 챙긴 청탁금은 한 사람이 받은 금액 중 최고 규모”라며 “이번 사건 관련 청탁금 27억원 역시 2005년, 2019년 때보다 2.5배 이상 규모가 컸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탁금 규모가 그 전에 비해 훨씬 커진 것은 공여자 수와 금액이 더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검찰은 분석했다.

항운노조신협의 간부 C(47)씨는 노조 지부장과 공모해 조장·반장 승진 대가로 총 1억5400만원을 받는가 하면 부당 신용대출 등으로 1억여원을 횡령했고, 횡령 자금으로 필리핀 한 호텔에서 6번에 걸쳐 4억여원 상당의 불법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노조 간부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숨기려고 돈을 준 사람의 통장·체크카드, 비밀번호를 적었으나 액수를 적지 않은 백지 출금 전표를 받아 사용한 사실도 확인했다”며 “수사가 시작되자 일부 노조 간부는 청탁금으로 받은 돈을 되돌려 줘 증거를 인멸하거나 검찰 출석 조합원과 동행하면서 허위 진술을 유도해 수사를 방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구속된 노조 간부의 집 등에서 1억5000만원 상당의 현금과 수표를 압수하고 청탁금을 받아 챙긴 노조간부들로부터 10억원 이상의 자산을 추징보전했다.

부산항운노조는 노조에 가입해야 취업할 수 있는 클로즈드숍으로 운영돼왔고, 산하 24개 지부의 지부장은 조합원 채용, 지휘, 감독 등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 지부에서 조장이나 반장 등으로 승진할 때 지부장이 추천하고 노조 집행부가 이를 승인하는 체계였다.

반장 등은 조합원 20∼30명의 작업을 감독하는 관리직 간부로 일은 적게 하고 임금은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구조 탓에 부산항운노조의 채용과 관련, 비리가 끊이지 않아왔다.

부산항운노조는 이번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중인 지난 3월 부산해양수산청 등과 노·사·정 협약을 맺고 채용 및 승진 추천권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부산=박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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