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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의대증원 끝낸 정부, 막바로 전공의 복귀 숙제... 유화책이냐 강경책이냐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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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시험 못 보면 복귀 무의미" 관측 속
"집단행동 악습 끊겠다"던 정부, 선처 딜레마
수련병원 통해 개별 전공의 복귀 의사 타진
한국일보

2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 출입 자제를 알리는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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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대입전형 계획 승인으로 내년도 의대 증원을 사실상 확정한 정부가 또 다른 난제인 전공의 복귀 문제 해결에 착수했다. 의료공백 장기화, 전문의 배출 차질 우려 등을 감안하면 처벌 유예로 전공의들에게 복귀 명분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는 현실론 한편으로, 정부가 천명해온 법치주의 기조가 훼손되면 곤란하다는 원칙론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일단 복귀해야 선처를 논의한다"는 입장을 유지한 채 해법을 고심하고 있다.

26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의사면허 정지 처분에 대해 "관계부처가 처분 시기, 범위,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면허 정지 처분은 전공의 복귀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대화 노력과 함께 전공의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한 지원을 추진 중이고 특히 의료개혁특위를 통해 추가적 혁신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복귀를 촉구했다.

정부는 한편으로 1만 명가량인 미복귀 전공의 가운데 얼마나 돌아올지 구체적 실태 파악에 착수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전국 수련병원장에게 공문을 보내 28일까지 소속 전공의 전원을 개별 면담하고 복귀 의사를 파악해달라고 요청했다.

의대 증원의 핵심 절차를 마무리한 정부 입장에선 전공의 이탈과 의대생 수업거부 문제를 풀어야 의료개혁을 본격 추진할 수 있다. 해결이 더 시급한 건 전공의 문제다. 진료현장 복귀 조짐이 전혀 없는 데다가 내년 초 전문의 시험 응시를 위한 '3개월 내 복귀' 시한을 이미 넘겼기 때문이다. 정부가 면허정지까지 예고한 상황이라, 이제라도 복귀해도 원칙상 전문의 시험 응시는 내후년에나 가능하다. 한 서울 대형병원 교수는 "전공의 입장에선 이미 1년이 통째로 날아간 셈인데 굳이 중간에 돌아오려고 하겠나"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구제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전문의 시험이나 면허정지 문제는 정부가 결심하면 해결 가능한 영역이다. 면허정지는 행정처분이라 복지부 차원에서 면제나 유예가 가능하다. 수련 공백이 3개월 이상이면 전문의 시험을 제때 볼 수 없다는 규정도 시행령이기 때문에 정부가 국회를 거치지 않고도 구제책을 만들 수 있다. 올해가 수련 마지막 연차인 전공의 2,900여 명이 무더기로 전문의가 되지 못해 의사인력 수급에 중대한 차질을 빚는 것도 정부가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전공의들에게 특혜와 다름없는 유화책을 쓰는 것도 부담이다. 정부는 의대 증원 국면에서 '원칙대로, 기계적 법 집행’을 강조해왔다. 의료개혁 실무를 총괄하는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정책을 무력화하는 의료계 악습을 끊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다. 정부가 어쨌든 의대 증원에 성공했다며 예고했던 전공의 처분을 유예한다면 '버티면 결국 정부가 봐준다’는 선례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의료계는 전공의들을 적극 엄호하고 있다.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대교협이 대입 전형계획을 승인한 24일 '의대 증원 확정 시 일주일 휴진' 방침을 철회하면서도 "모든 전공의를 면허정지시키거나 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단체는 전날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공동성명을 내고 "대교협 심의로 증원이 확정된 게 아니다"라며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들이 아직 남았고 여기서 인용 결정이 내려지면 내년 의대 모집 정원은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달 30일 대정부 촛불집회를 개최할 거란 일부 보도를 부인하면서 "현 의료사태의 위험을 국민에게 알리는 행사 계획을 확정되는 대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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