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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젤렌스키의 하르키우 성명 “전쟁을 일상으로 만든 러시아, 평화 논할 자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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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공격받는 하르키우 직접 찾아

“러시아 휴전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

바이든·시진핑에 ‘평화 정상회의’ 참여 촉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공격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이곳을 찾아 러시아의 침략을 강하게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러시아가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휴전 주장을 일축하며 다음달 스위스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평화 정상회의’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각국 정상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촉구했다.

26일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폐허가 된 하르키우의 출판사 ‘비바트’의 인쇄 공장에서 찍은 영상을 공개했다. 이틀 전인 24일 촬영된 이 영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는 지금 러시아 국경과 매우 가까운 하르키우에 와 있고, 러시아군은 백만명이 넘는 사람이 살고 있는 이 도시를 밤낮으로 포격하고 있다”라며 “한때 활기가 넘쳤던 일부 마을은 이제 잿더미로 변해 사람이 살 수 없게 됐고, 불타버린 공허함은 전쟁이 남긴 가장 끔찍한 결과다”라고 러시아의 하르키우 공격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들(러시아)에게는 (도시를) 태우는 것이 즐거움이다. 전쟁으로 사람 목숨을 불태우고, 도시와 마을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국경을 지우는 것을 일상으로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에 의해 러시아가 운영되고 있다”라며 “이런 전쟁을 혼자서, 도움 없이 막을 수 있는 국가는 없으며, 세계 지도자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설명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찾은 이 공장은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큰 인쇄 시설로, 우크라이나에서 출간되는 책의 3분의 1이 이곳에서 인쇄됐다. 영상을 찍기 전날인 23일 러시아군이 이곳 근방에 15발의 미사일을 퍼부어 7명이 죽고 21명이 다쳤으며, 공장과 함께 약 5만권의 책이 불에 탔다고 한다. 이 영상을 찍은 이튿날 러시아군은 하르키우 시내 민간인 주거지역에 있는 대형 상점에 두 발의 미사일을 날렸고, 이 공격으로 최소 6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다쳤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전선에서 새롭게 활용되고 있는 ‘활공 폭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가 S-300 방공 미사일로 이어 오던 폭격에 더해, 활공 폭탄 공격을 추가했다”라며 “러시아 항공기가 우리 주 국경에 근접해 도시를 향해 바로 발사하는 폭탄은 무차별적 파괴의 무기로, 상파울루에서 하얼빈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어느 도시도 이를 테러로 규정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러시아 공군기가 뿌려대는 유도탄인 활공 폭탄은 구소련제 재래식 폭탄에 비행날개와 자체 위성항법 시스템을 달아 개조된 것인데, 우크라이나군 방공망에 잡히지 않는 먼 곳에서 투하돼도 60㎞가 넘는 거리를 날아가 목표한 곳에 떨어지도록 설계돼 속수무책 당하는 중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의 참상을 강조하면서도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휴전설’은 강하게 일축했다. 그는 “러시아는 대화를 원하는 것처럼 말하고 다니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하는 말들이 전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을 수많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라며 “이미 자신들이 주장해 온 평화를 수십번씩 로켓과 미사일로 깨뜨린 러시아가 아니라, 진짜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는 국가 정상들에 의해 평화가 논의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다음달 15일 스위스 뷔르겐슈톡에서 개최될 예정인 ‘우크라이나 평화 정상회의’에 대해선 미국과 중국의 공식적인 참여를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국가 정상급이 모여 평화 방법을 논의하는 첫 회담이다. 그는 “80여국이 참석을 확정했고, 미국의 지도자 바이든 대통령과 중국의 지도자 시진핑 주석 등 아직 참가를 확정짓지 않은 세계 지도자들에게 호소한다”라며 “전쟁 사이 일시적인 휴전이 아닌 진정한 평화를 진전시키는 리더십을 보일 수 있도록 평화 정상회의에 참여와 지지를 부탁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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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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