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자료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최수진)는 지난달 5일 숨진 남성의 사실혼 배우자 A씨가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 거부 처분이 부당해 취소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와 사실혼 관계였던 B씨는 한 도매시장 농산물 하역원으로 근무하던 2021년 12월 18일 코로나에 확진돼 치료를 받다가 한달 여뒤에 숨졌다. 사망진단서에는 직접 사인이 ‘호흡부전’으로, 호흡부전 원인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으로 기재됐다.
A씨는 “B씨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인한 것”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B씨가 근무한 사업장이 유통업자, 상인, 소비자 등 불특정 다수가 오가는 곳이라 코로나 감염에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또 “B씨는 근무 시간 외엔 대부분 자택에 머물렀고, 사적 관계를 맺은 사람 중 코로나 감염자가 없었으며 대중교통도 이용하지 않았다”는 근거를 들었다. 일상 생활에서나 지역 사회에서의 감염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업무 중 코로나에 감염됐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감염 경로가 매우 다양하고 눈에 보이지 않아 특정 환자 감염경로 및 원인을 단정 짓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B씨 사망 당시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지역 사회 감염이 보편화 돼 코로나 바이러스에 어디서든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려면 원고가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여러 정황 증거상으로라도 증명해야 한다. 사망자의 평소 건강 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근무 환경 등을 통해 입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B씨 차량의 입·출차 시각 등을 보면 B씨의 활동 내역과 이동 경로가 불분명하고 근무일이었던 2021년 12월 12일, 16일엔 시장에 입·출차 기록이 없어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A씨는 본인과 딸·사위의 코로나 확인 이력이 없었다는 점도 주장했지만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질병관리청 사실조회 회신 내용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 잠복기가 1~14일인 점을 고려하면 B씨의 활동 내역과 이동 경로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B씨 가족의 확진 신고 이력이 없다는 것만으로 다른 곳에서 감염이 의심되는 접촉이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허욱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