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美 연방 대법관은 왜 성조기를 거꾸로 집에 내걸었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NYT “지난 대선 허위 선거 의미”

트럼프 편향 얼리토, 본인은 부인

조선일보

2021년 1월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의 거주지 앞마당에 거꾸로 뒤집힌 성조기가 걸려 있다. 뒤집힌 성조기는 지난 대선이 ‘허위 선거’였다고 주장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상징물이다. 이 사진이 찍힌 시점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인증 절차를 저지하기 위해 의회에 난입한 2021년 1월 6일 이후로 알려졌다. /X(옛 트위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 내 공화당 성향을 대변하는 ‘보수 3인방’ 중 한 명인 새뮤얼 얼리토 주니어 대법관이 ‘정치 편향’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낙선을 인정하지 않고 연방의사당에 난입한 시위자들이 ‘부정 대선’ 등을 주장하면서 앞세웠던 깃발들이 얼리토 대법관의 자택 및 별장에 걸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잇달아 보도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진보 진영에선 “공정해야 할 대법관이 트럼프 편을 들고 있다는 증거”라며 트럼프와 관련한 재판 절차에서 얼리토를 제외해야 한다고 요구 중이다.

NYT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이웃들이 찍은 사진 등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얼리토 대법관의 뉴저지주(州) 별장에 ‘천국으로의 호소(An Appeal to Heaven)’라는 이름의 깃발이 게양돼 있었다”고 전했다. ‘소나무 깃발’이라고도 불리는 이 깃발은 18세기 미 독립전쟁 때 만들어졌다. 당시 “신에 대한 믿음이 외부의 폭정을 막아 줄 것”이라는 뜻을 담아, 전쟁 상대인 영국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쓰였다고 한다. 이 깃발은 그동안 잊혔다가 2020년 대선 때 일부 극렬 지지자들이 주장한 ‘대선 사기론’이 불거지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지난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부정한 방법으로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이 깃발을 자주 들고 나왔다. ‘대선 부정론’을 의미하는 이 깃발을 연방대법관이 별장에 내건 것은 사법부 독립성을 위한 대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어겼다는 비난이 제기되는 이유다.

얼리토 대법관은 버지니아주(州) 자택에도 미국 성조기를 거꾸로 걸어왔다고 NYT는 최근 전했다. 위아래를 뒤집은 성조기 역시 트럼프 지지자들이 지난 대선이 ‘허위 선거’였다는 뜻으로 각종 시위에 내걸어 왔다. 논란이 커지자 얼리토 대법관은 NYT에 “나는 (뒤집힌 성조기) 게양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이웃이 (트럼프를 비난하는) 불쾌한 언어를 써서 아내가 대응 차원에서 잠깐 걸었던 정도”라고 했다. 이웃이 트럼프 재선을 반대하는 표지판을 내걸어 배우자와 갈등을 빚었고, 그 과정에 뒤집힌 성조기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새뮤얼 얼리토 미 연방대법관. /로이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얼리토의 해명에도 미 진보 진영은 보수 대법관들이 노골적으로 트럼프 편을 들고 있는 만큼 트럼프와 관련된 사건은 기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과 맞붙게 될 트럼프는 지난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및 의사당 난입 사건 등 총 네 건의 형사소송을 당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들 사건이 대법원까지 갈 경우 얼리토가 트럼프에 기운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얼리토는 ‘불필요한 이념 공격’이라며 이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

얼리토는 지난해에도 억만장자인 지인의 개인 비행기를 타고 앨래스카 낚시 여행을 다녀왔다는 사실이 드러나 도덕성 논란이 일었다. 미 탐사 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 등에 따르면 얼리토는 2008년 헤지펀드 운용사 엘리엇매니지먼트 설립자인 폴 엘리엇 싱어의 전용기를 타고 알래스카로 여행을 갔다. 얼리토는 고급 와인 및 식사, 숙박 시설을 공짜로 이용했지만 이를 법원에 신고하지 않았다. 싱어의 헤지펀드 회사가 대법원까지 간 여러 소송의 당사자였기 때문에 이해 상충 논란이 커졌다. 미 정부윤리법에 따르면 판사는 415달러 이상의 선물을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얼리토는 보도 이후 월스트리트저널에 보낸 긴 기고문을 통해 “싱어가 (전용기에) 빈 좌석이 있는데 탈 의향이 있는지 물었고, 나는 싱어에게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이해했다”고 해명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