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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중국산 저가제품에 장벽 세우자”…미국·유럽, 알테쉬에 협공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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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핵심원자재법 발효
옐런은 관세장벽 동참 호소

유럽, 리튬·마그네슘 의존도
2030년 65%까지 축소 목표

옐런 “중국 저가품 세계 위협
G7도 함께 해야 막을 수 있어“


매일경제

배터리 핵심 광물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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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의 협공으로 중국이 ‘사면초가’다.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원자재의 수입을 줄이는 핵심원자재법을 발효한 가운데, 미국은 G7(주요 7개국)이 중국산 저가 상품에 맞서 ‘반대의 장벽’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하고 나섰다.

23일(현지시간) 유럽의 원자재 공급망 자립성을 강화하는 목표가 담긴 EU의 핵심원자재법(CRMA)이 발효됐다. 앞서 EU 이사회는 지난 3월 CRMA를 공식 채택했는데, EU 관보 게재 시점부터 20일이 지난 이날부터 효력을 갖게 된 것이다.

CRMA는 유럽의 해외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만들어졌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전 세계 공급망 충격,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이 논의가 가속화한 배경이다. 인공지능(AI)과 항공우주 기술 개발 경쟁 등으로 인해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가 점점 더 중요해진다는 전망도 더해졌다.

EU는 법 적용 대상을 명확히 하기 위해 핵심 원자재와 전략 원자재를 구체적으로 지정했다. 탄소중립 관련 사업에 필요한 원자재 34종이 핵심 원자재, 이 가운데 항공이나 국방 등 전략 산업에 필수적인 원자재 17종이 전략 원자재로 분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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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원자재에는 전기차 배터리 등에 반드시 필요한 흑연·리튬·니켈, 전기 모터에 필요한 희토류, 항공우주 산업에서 수요가 큰 티타늄, 반도체 필수 원자재인 갈륨 등이 포함된다.

이 원자재들의 공급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EU는 4개의 주요 방법론을 마련했다. 먼저 2030년까지 EU의 역내 전략 원자재 관련 목표치를 설정했다. 역내 원자재 채굴 비중을 10%로 늘리고 가공·처리는 40%, 재활용은 15% 수준까지 비중을 높인다. 제 3국산 핵심 원자재 소비량은 65% 미만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공급망 위기가 닥쳤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 일정 주기마다 위험 평가(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며, 원자재 관련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투자도 확대한다. 학계와 연계한 인재 육성도 투자의 일환이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원자재 경제 생태계도 구성한다. 원자재 재활용을 촉진하고, 추출 폐기물에서의 핵심 원자재 재추출을 확대한다.

이와 함께 허가에 수년까지 걸렸던 EU 중심 역내외 채굴 관련 신규 사업과 가공·재활용 관련 사업을 각각 27개월 이내, 15개월 이내에 허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오후 “유럽은 국내 (제조) 역량을 늘리고 핵심 원자재 공급망의 지속가능성과 순환성을 강화하기 위한 틀을 갖추게 됐다”고 밝혔다.

EU는 CRMA 발효에 맞춰 이날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수석 부집행위원장 주재로 ‘유럽 핵심원자재 이사회’ 회의를 처음 개최했다. 이사회는 CRMA에 따라 EU 집행위와 EU 회원국 사이 전략 프로젝트 선정과 법 이행 관련 사안을 논의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법안에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CRMA가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고 본다. 전략 원자재로 지정한 흑연과 리튬, 희토류를 중국이 EU에 대거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흑연의 경우 중국이 전 세계 공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EU가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법을 도입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도 연일 중국 압박의 고삐를 죄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23일 이탈리아 북부 스트레사에서 열린 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하루 전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의 값싼 수출품이 제조업체의 생존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을 따르라거나 무역 정책 대응을 긴밀하게 조율하자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단결해 중국에 통일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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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재마장관이 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하루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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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 장관은 “그래야 중국도 한 국가만 이러한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중국)이 추구하는 전략에 대한 ‘반대의 장벽(wall of opposition)’에 직면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의 대표적 건축 유적인 만리장성(The great wall of China)을 빗댄 표현으로 보인다. 중국의 보조금 정책과 과잉생산이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되는 만큼 G7에 함께 무역 장벽을 세우자고 주장한 것이다.

앞서 미 무역 대표부(USTR)는 22일 공개한 중국산 전기차와 반도체, 배터리, 의료품 등에 대한 관세 인상 조치 중 일부가 오는 8월 1일부터 발효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 14일에 180억달러(약 24조6000억원) 규모의 이들 물품에 대해 관세를 상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들에게 당장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구체적인 이행 계획이 나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CRMA 자체에는 역외산 제품에 대한 별도의 차별 조항이 담겨 있지는 않다. 하지만 조만간 이를 이행하기 위한 계획에 따라 개별 기업의 행정적 부담이 늘어날 수 있고, 규제 성격의 제한 조처가 뒤이어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최근 ‘EU CRMA의 주요 내용 및 대응 방향’ 보고서를 내고 “(CRMA가) 전기차용 배터리와 부품 제조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공급망 다변화와 영구자석 및 제품에 사용된 원자재에 대한 정보 수집·관리 등을 위한 장기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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