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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여자를 사랑한 여자의 여자 이야기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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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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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
박주연 지음 l 오월의봄 l 1만7500원



영화 ‘동방불패’(1992) 속 동방불패는 남성으로 살다가 신의 무공을 가져다준다는 ‘규화보전’을 익힌 뒤 여성이 되어 간다. 성별이 바뀌는 변화에도 동방불패는 여성이 된 자신과 불화하지 않는다. 되레 여성이 된 자신에 만족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또래와는 조금 다르게 여성에게 끌린다는 걸 어렴풋이 알게 된 지은이에게 ‘동방불패’는 마음속 첫 영화다. ‘여자를 좋아하면 남자가 돼야 하는지’ 고민하던 그에게 성별이 혼란스러운 동방불패는 위안이었다.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자부하는 지은이는 여성을 사랑하는 여성, 레즈비언이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알게 된 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기를 거쳐, 성소수자로서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기까지. 지은이를 두근거리게 하고, 뒤흔들기도 했던 영상 콘텐츠 속 여자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덕후’와 ‘페미’ 정체성도 큰 몫을 한다.



지은이가 사랑한 여자들이 등장하는 콘텐츠 29편 가운데 한국 작품은 불과 3편이다. 그의 삶에 영향을 준 한국 작품이 그리 많지 않았던 탓이다.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 2022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5년간 개봉한 영화(독립예술영화 포함) 및 오티티(OTT) 작품 446편에서 주인공이 여성인 경우는 38.4%, 성소수자는 3%였다. 국내 성소수자는 전체 인구의 5~10%로 추정된다. 지은이는 우려한다. “넓고 다양한 세상을 만나게 할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가진 미디어마저 제한된 세상을 보여준다면 어떻게 될까. 소수자의 삶이 존재조차 하는지 상상할 수 없게 된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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