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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벼락 맞은 나무에 새잎이 돋듯, 이별의 상처도 아물 테지[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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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장프랑수아 세네샬 지음
오카다 치아키 그림·만화 | 박재연 옮김
위즈덤하우스 | 44쪽 | 1만7000원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은 아픈 일이다. 나이를 먹었다고, 몇 번의 이별을 경험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저 시간이 흐르면 상처도 조금씩 아문다는 사실을 알고 견딜 뿐이다.

어른도 아픈데, 하물며 아이는 어떨까. 기르던 고양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거나 좋아하는 친구가 멀리 이사를 가게 된다면? 아이들에게 태어나 처음 겪는 이 이별은 자신의 세상이 무너지는 경험일 것이다.

그림책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의 주인공 아기 여우도 생애 첫 상실을 경험하고 있다. 대상은 할머니 여우다. 아기 여우를 지극히 사랑해주던 할머니 여우는 이제 없다. 엄마 여우는 “할머니가 멀리 떠나서 이제 다시 돌아올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사실을 믿을 수 없는 아기 여우는 할머니의 방으로 간다. 방 안 가득 따스한 할머니 냄새는 그대로다. 할머니의 지팡이, 커다란 밀집모자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기 여우는 둘만 아는 비밀 장소에 가본다. 거센 비바람과 우르르 쾅쾅 천둥번개만이 여우를 맞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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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기 여우는 보기보다 강하다. 가만히 앉아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던 아기 여우는 벼락을 맞은 떡갈나무의 상처가 조금씩 아무는 것을 알아차린다. 새로 돋아난 잎사귀는 바람에 흔들리고, 새들도 다시 노래한다. 자취를 감췄던 해님도 ‘빼꼼’ 고개를 내민다.

아기 여우는 깨달음을 얻는다. 할머니 여우가 없는 세상에서도 내일은 오고,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할머니 여우의 부재를 받아들인 아기 여우는 책상에 앉아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편지에는 할머니 여우에게 꼭 하고 싶었던 말을 적는다. 비록 할머니 여우가 읽을 수 없을지라도 말이다.

“할머니, 사랑해요. 이제는 안녕.”

캐나다와 일본을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 장프랑수아 세네샬과 오카다 치아키가 함께 쓰고 그렸다. 각각 캐나다 최고 문학상인 총독상에 이름을 올리고,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을 수상한 뛰어난 작가들이다.

국경을 뛰어넘은 두 작가의 만남은 다정한 위로가 되어 아이들의 상처에 약을 바른다. 이별을 받아들인 뒤 홀가분해진 여우의 얼굴은 보는 이의 마음을 따스하게 한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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