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만큼 소득이 늘지 못해, 올해 1분기 가구 실질소득이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3일 오후 서울시내 음식거리.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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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1분기에 견줘 3.4%(전기 대비 연율로는 5.3%)나 늘어났다. 그러나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 결과, 같은 기간 가계 평균 실질소득(전국 1인 이상 가구 기준)은 거꾸로 1.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수출 급증이 이끈 예상 밖 고성장에도 민생의 고통이 해소되긴커녕 심화된 것이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도 실질 증가율이 0에 머물러, 향후 내수경기 전망을 밝게 보기 어렵게 한다. 정책 결정자들은 이게 민생 현실임을 직시해야 한다.
가계동향조사는 매달 약 7200가구를 대상으로 집계하는 조사로 ‘전국 소득’의 상대표본오차가 2.5%다. 1분기 실질소득이 2021년 코로나 위기 때 이후 3년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가계 명목소득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3.0%를 크게 밑도는 1.4%밖에 늘지 않은 것이다. 가계 실질소득은 지난해 연간 0.7% 감소했는데 그때는 성장률이 낮은 때였다. 올 1분기엔 깜짝 놀랄 만한 성장을 했음에도 실질소득 감소 폭이 훨씬 커졌다. 가계가 느끼는 위기감과 절망감이 더욱 클 것이다.
실질소득 감소에는 평균 근로소득이 332만6천원에서 329만1천원으로 1.1% 감소한 게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증감률로는 -3.9%나 된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조사’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1∼2월에 지급하는 대기업 특별성과급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 가계 근로소득을 줄였고, 그것이 가계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졌다. 5개 분위 가운데 4분위, 5분위 가구만 실질소득이 감소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고정급여도 실질 증가율이 매우 낮은데, 이를 포함한 실질 총액임금의 상승 없이 민생고의 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5월 소비자심리지수가 98로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1월부터 4월까지는 100을 넘었으나, 다시 ‘악화’ 쪽으로 기운 것이다. 가계의 소득 부진은 소비 부진을 낳고, 이는 내수를 악화시켜 경기의 선순환을 가로막는다. 가계 소득의 핵심이 노동자 임금인데, 물가관리를 이유로 상승을 억제해온 정부가 올해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도 ‘업종별 차등 적용’을 주장하며 깎기에 매달리고 있다. 어리석은 일이다. 1분기 고성장이 되레 독이 되어 또 다른 정책 실기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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