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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Book] ‘40년 이방인’ 눈에 비친 영국 정치, 그리고 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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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은 떠나고 총리는 바뀐다: 영국 왕실·정치 편
권석하 지음/ 안나푸르나
매일경제

여왕은 떠나고 총리는 바뀐다: 영국 왕실·정치 편


전 세계 누구와도 실시간 화상 통화가 가능하고, 한나절이면 세계 어디든 날아가 만날 수 있는 자유롭고 평화롭던 지구촌 시대가 저물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무역 기조 속에 경제적 고속성장을 구가해 온 우리나라에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고차 방정식과도 같은 국제질서 변화에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크게 달라질 것이란 점에서다.

지구 반대편 서유럽 섬나라 영국의 처지도 동북아에 위치한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EU)과의 관계 설정, 미국의 금리 정책에 따른 영향, 지구촌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는 국지전에 영향받는 물류대란, 그리고 중동의 불안한 정세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유가까지 영국이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이 대한민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영국에서만 40년 넘게 산 저자는 한국의 ‘런던베이글’에서 런던이 사실은 장식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베이글은 유럽에서 시작된 게 맞지만 미국서 자리잡은 음식이라 정작 런던에선 맛보기 힘들다는 것. 그럼에도 ‘런던’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는 힘은 크다. 저자는 한국 사람이 영국을 좀 더 제대로 이해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책을 썼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와 영국, 두 나라가 처한 여러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왕실이다. 영국 왕실은 오랜 전통 속에서 민주주의를 꽃피운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40년 넘는 긴 세월 동안 영국에 머물며 칼럼니스트로 활동해 온 저자는 영국 국민이 다이애나 비와 찰스의 결혼과 출산 등 왕실 일에 지나친 관심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와 별개로 영국 국민은 정치인에 대해서만큼은 질릴 정도로 가혹하게 검증하고 정치 행위 결과에 대해 매섭게 책임을 추궁한다고 강조한다.

좁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직접 운전해야 하는 열악한 처우에도 매주 지역구에서 민원을 청취하지 않으면 재선이 불가능한 선거 지형이 영국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다는 것. 저자는 영국 국민은 정치를 대하는 정치인들의 기본적 태도와 그들이 보이는 희생정신을 통해 정치인의 됨됨이를 판단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렇게 반문한다. ‘만약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에게 영국 의원과 같은 열악한 예우가 주어진다면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그토록 국회의원이 되고 싶어 할까.’

이 책의 주제는 영국의 왕실과 정치다.

영국 왕을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라고 말하지만, 저자는 영국 왕이 명예만 있는 것이 아닌 엄연한 ‘살아있는 권력’이라고 본다. 또 영국 왕실과 정부 사이에는 많은 협조와 동시에 긴장이 존재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영국에서 40년을 넘게 살아온 저자는 한국인의 눈에 비치는 영국의 모습을 글로 정리해왔다. 저자의 눈을 통해 물리적 시간을 거슬러 영국의 빛과 그림자를 만날 수 있다.

과학이 권력을 만났을 때
제프 멀건 지음/ 조민호 옮김/ 매일경제신문사
매일경제

과학이 권력을 만났을 때


과학은 전 세계에 새롭게 유행하는 전염병이나 기후 위기를 대처하는 국가 전략의 기준을 마련해주고, 정치는 의학 실험 허용이나 사이버 보안, 자율주행차의 운행 가이드, AI의 적용 범위 등 발전하는 과학에 걸맞은 법과 제도를 만든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과학이 정치와 결탁해 왔음을 실증하면서 과학과 정치의 관계, 나아가 권력의 본질을 파고든다. 과학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자신들의 문제를 과학적 판단 도구가 부족한 정치계 의제로 떠넘긴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것이 ‘과학과 정치의 역설’이다. 정치도 과학을 이용했다. 미국의 달 착륙은 영광을 위한 불꽃놀이였고, 국가 권력을 옹호하는 데 이바지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불변의 법칙
모건 하우절 지음/ 이수경 옮김/ 서삼독
매일경제

불변의 법칙


“무엇이 변할 것 같냐고요? 당신의 질문은 잘못됐습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앞으로 10년 동안 무엇이 변할 것 같은지’에 대한 질문을 수차례 받고, 이같이 답했다고 한다. 베이조스 창업자가 이렇게 말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앞으로 10년 동안 변하지 않을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사람들은 ‘미래에 무엇이 변할 것인지’에 관심을 갖지만, 저자는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더 중요한 것은 ‘불변의 법칙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인간의 머리는 1920년이나 2000년이나 2020년이나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절대 변하지 않는 23가지 삶의 통찰과 교훈을 담았다.

보수주의
에드먼드 포셋 지음/ 장경덕 옮김/ 글항아리
매일경제

보수주의


언론인이자 작가인 저자는 스스로를 좌파 자유주의자라고 규정한다. 그는 “동지와 같은 마음으로 좌파에 질문을 던지며 썼다”고 고백한다. “우리(좌파)가 그토록 똑똑하다면 어찌해서 (정치적) 책임을 맡지 못하는가?”라는 물음에서 집필을 시작했다는 것. 그러나 책은 편파적이지 않다. 저자는 자유민주주의가 번성하려면 반드시 보수주의 세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보수주의 역사에 대해 객관적으로 짚는다. 자유민주주의의 역사를 대표하는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의 보수주의 역사에 집중한다.

보수주의 역사 전반을 다루는 만큼 분량이 방대하다. 하지만 세력 간 다툼이라는 정치의 본질은 어디나 같다. 한국의 정치 현실에 대입해 읽다 보면 더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자본의 성별
셀린 베시에르·시빌 골라크 지음/ 이민경 옮김/ 아르떼
매일경제

자본의 성별


딸, 아들 구분 없이 상속하고, 결혼 중 취득한 재산을 이혼 시 아내와 남편에게 동등하게 분배하는 평등주의적 법제가 마련된 21세기, 왜 여전히 여성 가족은 남성 가족보다 가난할까. 자본주의 한가운데를 살아가는 오늘날 경제적 격차는 계층 간에서만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보다 덜 알려졌으나 똑같이 중요하고도 명백한 사실은 바로 지금 이 시대에 성별 간에도, 가족 안에서도 경제적 불평등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책은 가족 ‘간’의 문제로 보였던 빈부격차의 초점을 가족 ‘안’으로 이동시킨다. 그럼으로써 새로운 문제를 제시한다. 젠더연구 관점에서 부의 불평등을 살핀 책이다. 부의 성별 불평등을 만드는 핵심 기제가 ‘가족’ 안에 있다고 말한다. 특히 가족 내에서 경제적 자원이 이전되는 대표적인 두 순간, ‘상속’과 ‘이혼’이 불평등을 강화한다고 주장한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4호 (2024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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