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6 (일)

中, 대만 포위 훈련... 라이칭더 취임 후 보복 본격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작년 4월 중국 해안경비정이 '대만 포위' 훈련 중에 대만과 가장 가까운 구역인 푸젠성 핑탄현 앞 대만해협으로 접근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중국 동부전구가 23일 개시한 대만 포위 훈련인 ‘연합 리젠(利劍)- 2024A'./웨이보


중국군(軍)이 독립 성향인 민진당의 라이칭더 대만 총통(대통령 격) 취임 사흘 만에 대만을 포위하는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23일 중국 동부전구·외교부는 이를 발표하며 독립 기조에 대한 “강력한 징계”라는 수위 높은 표현을 썼다. 중국이 대만 주변을 포위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에 나선 것은 라이칭더가 부총통으로서 미국을 방문했던 지난해 8월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지난 8년간 집권했던 반중(反中) 성향 민진당이 정권을 재창출하고, 중국은 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대만해협의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 악화와 미·중 갈등 심화가 본격화되면서 중국이 군사 위협과 제재 수단을 총동원해 보복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이날 오전 7시 45분부터 이틀 동안 대만 주변에서 육해공군과 로켓군 병력을 동원해 ‘연합리젠(利劍·날카로운 검) 2024A’ 훈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대만을 중앙에 두고 주변 해역과 상공에서 대만을 포위하는 훈련이다. 대만해협과 대만 동·남·북부, 진먼다오·마쭈다오·우추다오·둥인다오 인근에서 실탄 장착한 수십 대의 군용기와 최신 군함이 동원됐다. 훈련은 해상·공중 전투 준비 태세 점검, 전장(戰場) 통제권 획득, 표적 정밀 타격 등에 초점을 맞췄다.

리시 동부전구 대변인은 이번 훈련을 라이칭더에게 내리는 ‘징벌’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독립을 추구하는 대만 독립 분리 세력에 대한 강력한 징계이고 외부 세력의 간섭·도발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국가 영토 완전성을 수호하는 훈련”이라고 했다. 홍콩 싱다오일보는 이번 훈련이 라이칭더 지지 세력이 집중된 대만 남부에 대한 공포 조성 및 대만 에너지 등의 유입 통로인 동부 차단이 목표라고 분석했다.

대만 군 당국은 중국의 군사훈련에 “지역 평화·안정을 훼손하는 도발 행위”라고 비판하며 곧바로 군 병력을 투입해 대응에 나섰다. 대만 국방부는 전군(全軍) 장병들에게 “전쟁을 회피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며 비상 대비 태세를 갖출 것을 요구했다.

중국은 라이칭더 취임 이후 대만의 우방들을 겨냥한 각종 제재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라이칭더 취임 당일인 지난 20일 중국 상무부는 대만에 무기를 판매한 미국 보잉의 방산우주보안(BDS), 제너럴 아토믹스 항공 시스템, 제너럴 다이내믹스 육상 시스템 등을 제재 명단에 새로 올렸다. 이들 기업은 향후 중국 관련 수출입과 대(對)중국 신규 투자가 금지된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2일 미국 군수 기업 12곳과 기업 고위급 10명에 대한 자산 동결 및 입국 불허 등 제재를 발표하면서 “미국은 계속해서 중국의 대만 지역에 무기를 판매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1일에는 지난달까지 미·중 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마이크 갤러거 전 의원에 대해 입국 금지 등 제재를 가했다. 그는 대만 총통 선거 직후인 지난 2월 대만을 방문해 라이칭더를 만났고, 중국을 겨냥해 “대만 침공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미 의회에서 ‘틱톡 금지법’ 통과를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보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22일 주중(駐中) 한국·일본 공사를 불러들여 양국 정치인들의 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식 참석에 대해 항의했다. 한국·대만 의원 친선협회장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일본의 친(親)대만 국회의원 31명의 취임식 참석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달 26~27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일 3국 정상 회의를 앞두고 중국이 자국의 ‘핵심 이익’이라고 주장하는 대만 문제에서 강경한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는 분석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달리 라이칭더의 총통 취임식에 공식 경축 사절단을 파견하지 않았고, 별도 축하 메시지도 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국 측의 항의가 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의 각종 보복은 라이 총통의 취임에 맞춰 사전에 준비됐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0일 라이 총통의 취임식이 거행된 직후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고 비난하며 통일 의지를 강조했다. 라이 총통이 취임사에서 양안 관계 ‘현상 유지’ 입장을 밝히며 중국 자극을 최소화했는데도, 중국은 이 발언을 ‘독립 주장’이라고 규정한 성명을 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3일 사설을 통해 “라이칭더는 취임 초부터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험악한 면모를 드러냈다. 가차 없이 엄벌해야 한다”고 했다. 취임 후 사흘 연속 날 선 비판 발언을 이어간 것이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