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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우리 집은 괜찮나”…중견건설사 법정관리 행렬, 분양 피해액 올해만 49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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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월 분양·임대보증사고 전년比 7.4배↑
보증사고 11건 가운데 8건
법정관리 한국건설 현장


매일경제

멈춰선 건설공사 현장.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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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에 빠진 시공사나 시행사가 아파트를 짓던 중 공사를 중도에 포기하면서 발생하는 분양보증 사고가 늘고 있다. 특히 문제의 현장은 지방에 많았는데, 최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지방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속출하는 탓이다.

23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발생한 분양보증(사용 검사 전 임대보증 포함) 사고는 총 11건, 피해 규모는 4865억6000만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657억4000만원·1건)보다 무려 7.4배나 급증한 수준이다.

주택 공급사는 주택법에 따라 수분양자 보호를 위해 3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는 반드시 분양·임대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공사가 중단되면 아파트 계약자들은 대체 시공사를 찾아 공사를 이어가는 ‘분양이행’과 그동안 낸 분양 대금을 돌려받고 집은 포기하는 ‘환급이행’ 중 하나를 HUG에 요구할 수 있다.

단, 시공률이 80% 이상 올라간 현장은 HUG가 계약자들의 의사와 관계 없이 분양이행을 진행한다. 분양 계약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거나 정상적인 사업 진행이 불가능한 경우 환급이행이 결정된다.

입주자 모집 후 계약까지 마친 신축 아파트를 약속대로 짓지 못하게 된 분양보증 사고는 올해 1~4월 6건(2485억원)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주택 브랜드 ‘아델리움’으로 알려진 한국건설(시공능력 평가 99위)이 계약자 대신 내주기로 한 중도금 대출 이자를 납입하지 못하면서 광주 산수동 아델리움에서는 797억원 규모의 분양보증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건설은 광주 소재 중견 건설사로, 지난달 말 법원에 회생 신청을 냈다.

한국건설의 유동성 위기에 광주·전남 지역주택조합 사업에서 무더기로 분양보증 사고가 터졌다. 광주 지산동지역주택조합(280억5000만원), 광산 센트럴파크 지역주택조합(454억5000만원), 전남 나주 영산지역주택조합(310억원), 화순 교리지역주택조합(360억8000만원) 등이다.

경기 가평 ‘디엘본 가평설악’ 지역주택조합 사업도 사업 주체인 선원건설(시공능력평가 122위)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분양보증 사고 처리 과정에 들어갔다. 선원건설은 통일그룹 계열사로 가평에 본사를 둔 중견건설사다.

올해는 임차인을 먼저 모집한 민간 임대아파트가 공사를 이어가지 못하게 된 임대보증 사고도 적지 않게 발생했다. 사고 규모는 광주 3곳과 전북 익산 1곳, 충남 아산 1곳 등 5곳, 2381억원이다.

광주 신안 한국아델리움, 수기동 한국아델리움 스테이, 동구 궁동 한국아델리움 스테이 등 임대보증 사고 3건은 한국건설이 시공하던 임대주택이다.

올해 발생한 분양·임대보증 사고 11건 중 8건(3323억원)은 한국건설이 시공을 맡은 현장이다.

전북 익산에서는 임대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섞인 ‘유은센텀시티’를 조성하던 시행사 ‘더유은’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지난 1월 보증사고를 냈다. 시공을 맡았던 거송건설은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다.

새천년종합건설(국내 도급 순위 105위)도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충남 아산 방축동 아르니퍼스트 현장에서 1044억원 규모의 보증사고가 발생했다.

2021~2022년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던 분양보증 사고는 지난해부터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건설업체들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분양·임대 보증사고는 총 10건, 사고액은 1조1210억원이다.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시장이 냉각된 2010년(2조1411억원)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다.

일각에서는 올해 연간 분양보증 사고 규모가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온다. 전세사기 보증금 지급으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한 데다 분양보증 환급이행이 늘면서 HUG의 손실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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