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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한국의 ‘호라이즌 유럽’ 가입은 축복이다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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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국이 세계 최대 규모 다자간 연구 프로그램인 유럽연합(EU)의 ‘호라이즌 유럽’에 내년부터 준회원국으로 가입한다. 사진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연구혁신총국 일리아나 이바노바 집행위원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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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 싱가포르국립대 정치학 및 국제학과 교수



‘호라이즌 유럽’은 유럽연합이 2021년부터 7년간 955억유로(약 138조원)를 지원하는 세계 최대 다자간 연구혁신 프로그램이다. 유럽연합은 유럽 연구개발(R&D) 환경 혁신을 위해 계속적으로 이러한 협력 연구 프로그램을 진행해왔고, 호라이즌 유럽은 아홉번째 프로그램으로 탄생됐다.



한국은 비유럽 국가에서 뉴질랜드, 캐나다에 이어 세번째 준회원국으로 내년부터 호라이즌 유럽에 가입한다. 이는 굉장히 의미 있는 성과다.



우선 국제사회 내 기술 패권 경쟁 대응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지난 몇년 동안 미-중 패권 경쟁에서 한국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었다. 이제 호라이즌 유럽 가입을 통한 유럽과의 연구 협력으로 한국은 숨통이 트였다.



또 한국-유럽 간 더욱 많은 경제 협력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미-중 패권 경쟁에서 벗어나 대안을 찾는 것은 유럽 또한 마찬가지다. 대체 협력 우방국가를 모색하는 유럽에 한국의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 가입은 다양한 협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즉, 한국은 유럽 내 새로운 시장 진입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호라이즌 유럽 연구는 대부분 과학기술 분야에 집중된다. 따라서 과학기술이 국가 성장을 주도했던 우리의 세계적 위상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 또 기술적 협력에서 벗어나 철학적인 접근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대학이 앞장서 균형적인 협력이 이뤄지도록 주도해야 한다.



둘째, 연구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좋은 기회가 주어져도 활용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도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 민간기업의 참여는 매우 저조했다. 국내 대학 및 연구소 지원자들을 위한 협력 구심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한 행정체계의 지원도 이루어져야 한다.



호라이즌 유럽은 많은 유럽 나라들이 같은 목표를 정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당연히 많은 이견이 있다. 호라이즌 유럽 내에서도 꾸준한 내부 평가가 이루어지고 그에 맞추어 집중 분야 및 지원 부분도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예의주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현재 중점 분야가 3개이지만 앞으로 더 세분화할 수도 있다. 이를 예의주시하며 정책 변화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 차원의 다양한 지원도 매우 중요하다. 호라이즌 유럽 프로그램에 지원해서 선정되지 않더라도, 아깝게 실패한 지원서의 경우, 유럽연합 각 나라의 국내 연구 지원금을 받기 유리한 혜택을 준다. 2차, 3차 지원 단계에서 탈락한 경우, 국내에서 인정받을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만큼 호라이즌 유럽 지원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지원 단계까지 올라갔다는 것만으로 국내에서도 인정을 해주고, 지원을 대신해주는 시스템은 우리가 참고할 만하다.



호라이즌 유럽 연구 자금의 조건은 경쟁적인 과학기술 발전이 아닌 미래 사회에 윤리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과학 증진이다. 경제 창출로서만의 과학기술 협력이 아닌, 미래 과학을 위한 준비에 높은 가치를 둔다. 따라서 이번 준회원국 가입은 한국 과학기술이 한 단계 성숙한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기초과학 강국인 유럽과의 순수과학 교류는 특히 적극적으로 권장돼야 한다. 산업 성장에 중점을 둔 과학기술 개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인문학적 관점에서 과학기술을 해석하고 논의할 수 있는 한 단계 성숙한 통합적 연구로 나아갈 수 있다.



또 국내에서 주로 활동을 하는 과학자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기회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서 제도적으로 지원을 해줘야 한다. 호라이즌 유럽의 경우 독일, 스페인, 스웨덴과 같이 효율적으로 연구 자금에 다수 선정되는 나라뿐만 아니라, 조금 뒤처지는 유럽 국가에 대해서도 차등을 두어 지원하고 격려한다.



유럽 또한 한국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장을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 유럽에 한국은 특히 최대의 관심 국가 중 하나이다. 고차원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도 많고, 또한 중국과의 대립이 점점 심화하고 있는 실정에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우리나라가 호라이즌 유럽에 가입한 것은 시기도 매우 좋아 우리에겐 큰 축복이다. 이 기회가 지속가능한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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