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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테크M 이슈] 애플의 찌부러진 자존심…다시 펴기 위해선 '이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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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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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최근 차세대 '아이패드'와 'M4' 칩을 공개하며 추후 인공지능(AI) 전략에 대한 힌트를 주기 시작했는데요, 안타깝게도 사람들의 뇌리엔 찌부러진 이모지만 남았습니다. 오는 6월 '세계개발자대회(WWDC)'를 통해 'AI 지각생' 이미지를 탈피하고 애플이 다시 도약할 수 있을지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거듭된 실수로 어깨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애플이 구겨진 자존심을 다시 세우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감 떨어진 애플

애플은 거대 유압 프레스로 악기, 미술도구, 카메라 등 창의성을 상징하는 물건들을 짓눌러 파괴하고, 그 자리에 신형 아이패드 프로만 남는 광고영상을 게재했다가 엄청난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애플의 공식 사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싸늘했습니다.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애플이 예술과 창작 활동을 모욕했다며 기업 문화가 이상해졌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AI가 인간 일자리를 빼앗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차오르는 시기에, 애플이 눈치 없이 창작자들을 자극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브랜딩의 고수인 애플이 어쩌다 이런 실수를 했을까요. 애플이 방향감각을 잃은 건 광고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부터 다른 빅테크들이 생성형 AI 붐에 올라타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일 때, 애플은 팔짱끼고 지켜보다가 'AI 지각생'이란 타이틀을 달게 됐습니다. 기술 트렌드를 '공간컴퓨팅'으로 돌려보기 위해 야심차게 선보인 '비전 프로'는 초반에만 반짝 관심을 얻고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생성형 AI'라는 단어조차 언급하기 꺼리던 애플도 점차 태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이달 초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조만간 AI 관련한 "큰 계획"을 공개할 것이라 언급했고, 이후 지난 8일 공개한 차세대 아이패드 프로에 AI 연산 성능을 대폭 강화한 M4 칩을 조기에 탑재하며 AI 시대를 향한 여정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제품 성능은 좋은데...AI는 아직?

신형 아이패드 프로는 역대 애플 제품 중 가장 얇은 두께에 혁신적인 OLED 디스플레이와 M4 칩 최초 탑재로 '역시 애플'이란 말이 나올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습니다. 특히 차세대 애플실리콘 M4 칩은 AI 연산을 담당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을 전 세대 대비 2배 이상 끌어올리며 향후 AI 전략의 포석을 까는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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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패드 프로\' /사진=애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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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디바이스만 가지고 AI를 구현했다고 하기엔 부족함이 많아보였습니다. 애플은 '파이널컷 프로2'와 '로직 프로2' 등 자사 크리에이티브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일부 AI 기능을 선보였지만, 시장 기대치를 충족할 만큼의 인상적인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하드웨어 성능은 갖췄으니, 운영체제(OS) 업데이트를 공개하는 오는 6월 WWDC에서 뭔가 새로운 AI 서비스나 기능을 공개할 것이란 기대감만 남은 상황입니다.

다만 애플이 오픈AI나 구글 같은 초거대 AI 모델을 직접 선보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대신 애플은 오픈AI와 구글과 AI 모델 도입을 위한 라이선스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최근 두 회사가 나란히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등을 인식하는 멀티모달 AI 모델을 선보이며 이를 아이폰 등 애플 제품에 이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픈AI에 'SOS'

애플 입장에선 당장 어떤 파트너와 손을 잡을 지가 가장 중요한 선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는 오픈AI가 유력한 모습입니다. 오픈AI는 최근 사람처럼 보고 듣고 대화하는 차세대 AI 모델 'GPT-4o'를 공개하며 아이폰으로 시연을 하고 맥OS용 앱을 윈도 버전보다 먼저 선보이는 등 애플을 향한 구애를 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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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애플 소식통인 블룸버그의 마크 거먼은 "애플이 오픈AI와 협력해 아이폰 소프트웨어의 다음 버전인 iOS 18에 기술을 추가하고 있다"며 "두 회사는 WWDC에서 파트너십에 대한 주요 발표를 준비하고 있으며, 현재 오픈AI는 올해 후반에 사용자 유입을 지원할 수 있는 역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애플은 iOS 18용 구글 제미나이 라이선스 협상을 진행했지만 양측은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고, WWDC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애플과 오픈AI가 손을 잡는다면 아이폰의 AI 비서 '시리'가 챗GPT 만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머크 거먼은 이번 6월 발표가 기대만큼 인상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다소 비관적인 관측을 내놨습니다. AI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는 오픈AI나 구글이 앞서 선보인 것 이상의 무언가를 내놓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과감한 태도 변화로 혁신의 속도를 높여라

애플이 결국 외부 파트너에게 손을 내밀 만큼 절박한 상황이 됐지만, 여전히 혁신 속도가 너무 더디다는 게 마크 거먼의 지적입니다. 그는 애플이 2011년 스티브 잡스 사후 10년 넘게 이어진 팀 쿡 체제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마크 거먼은 결국엔 애플이 파트너십에 안주하지 않고 자체 AI 기술을 고도화해 이를 제품과 서비스에 완벽하게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애플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보안과 개인정보보호를 만족하면서 동시에 구글처럼 실수하지 않는 신뢰할 수 있는 AI 챗봇을 선보이려면 결국 자체 AI 검색 엔진을 확보하고 자체 칩으로 구성된 데이터센터도 갖춰야 합니다. 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동안 애플도 내부적으로 AI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허나 문제는 '속도'입니다. 애플 특유의 비밀주의, 완벽함에 대한 집착, 리스크를 지려하지 않는 태도 등이 AI 시대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머크 거먼은 "오픈AI와 구글이 앞서는 이유 중 하나는 속도"라며 "이들은 AI 기술을 빠르게 개선하고 사용자를 계속 놀라게 하고 있지만, 시리를 비롯한 애플의 AI 기능 개선은 느린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애플이 지금처럼 1년에 한 번 iOS를 대대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는 AI 열풍을 따라잡기 힘들다는 지적했습니다. 애플실리콘을 통해 하드웨어 성능은 빠르게 도약하겠지만, 이를 뒷받침할 AI 기능과 서비스 출시가 더딘 것이 문제라는 얘기입니다. 온디바이스 접근 방식에 의존하려는 애플의 보수적인 태도가 혁신 속도의 발목을 잡고 있고, 이런 태도의 변화 없이는 AI 추격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마크 거먼은 "애플의 생성 AI 기술은 회사가 챗GPT 또는 제미나이와 동등한 자체 제품을 출시할 만큼 충분히 발전하지 않았다"며 "더욱이 일부 최고 경영진은 애플이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애플이 이들을 따라잡으려면 최첨단 AI 기능을 출시하고 익숙한 방식보다 빠른 속도로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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