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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나스닥 상장하려 무리한 인수…큐텐, 돌려막다 결국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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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 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하는 가운데 업계에선 모기업인 큐텐(Qoo10) 구영배 대표의 무리한 사업 확장이 화를 불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티몬과 위메프가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여서 상황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큐텐은 2022년 티몬을 인수한 후 이듬해 위메프와 인터파크 커머스를 잇따라 인수했다. 올해도 공격적 인수전에 나서 AK몰과 미국 이커머스 플랫폼인 위시를 사들였다.

인수 당시 티몬과 위메프는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2022년 기준 티몬의 유동부채는 7193억원으로, 유동자산 1309억원의 5배가 넘었다. 위메프 역시 지난해 기준 유동부채는 3098억원으로, 유동자산 617억원의 5배를 넘어섰다.

부실 기업을 잇따라 인수한 배경에는 큐텐의 자회사이자 물류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겠다는 구상이 있었다. 인수한 기업의 재무 상황이 열악하지만, 상장을 통해 자금을 끌어모으려 했다. 실제로 큐익스프레스는 올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선정했다.

하지만 큐익스프레스 상장만을 목표로 인수한 부실 기업의 재무 상황은 갈수록 나빠졌다. 티몬은 물건 판매 후 매월 말 기준 40일 이내에 셀러에 정산금을 지급했다. 예컨대 지난 5월 티몬에서 팔린 상품은 월말 기준 40일이 지난 7월 10일이 정산 기일이다. 70일 동안 정산금을 티몬이 보유하다가 수수료를 떼고 셀러에 지급한다. 위메프는 판매 월 말일 기준 두 달이 지난 후 7일에 정산한다. 지난 4월에 물건을 팔았다면 정산금 지급일은 7월 7일이 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정산 시스템이 ‘돌려막기식’으로 운영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매월 거래액을 늘려가면 적자가 나도 정산금을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한 회사의 부실을 다른 회사로 메꾸는 모델인데, 결국 연쇄적으로 문제가 터져나온 것”이라며 “정산금을 다른 데 쓰면 큐텐의 자본으로 지원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여력이 없어 보이고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도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2003년 국내 최초의 오픈마켓 G마켓을 창업한 후 2006년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이후 2009년 G마켓을 미국 이베이에 55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매각 당시 이베이는 구 대표에게 10년간 경업(경쟁사업) 금지 조항을 요구했고, 구 대표는 이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구 대표는 한국에서 이커머스 사업을 할 수 없어 2010년 싱가포르로 건너가 큐텐을 세웠다. 겸업 금지 기간이 끝난 2019년엔 큐텐과 큐익스프레스 한국 법인을 설립했다.

싱가포르에 머물던 구 대표는 정산금 미지급 사태가 터지면서 최근 귀국했고, 지난 18일 티몬·위메프 대표 등 경영진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구 대표가 사재를 터는 방법 외에 다른 해결책이 없어 보이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피해를 고려하면 이마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는 구 대표는 중앙일보에 문자메시지로 “위기 상황을 안정화한 이후에 연락하겠다”고 짧게 회신했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두 회사 소속 임직원의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상품기획자(MD)·개발자를 중심으로 퇴사 인력이 나오고 있으며, 주초에는 대외홍보를 총괄하던 경영지원본부장(상무)과 홍보실장이 동반 사퇴했다. 이들 플랫폼은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도 적립금을 확보하지 않았다면 퇴직금 지급이 어려울 수 있다.

장주영·김경미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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