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美, 베트남에도 관세장벽 높이나…"中, 美 고관세 피해 동남아 우회수출 확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베트남, 대중 수입액·대미 수출액 상관관계 96%

백악관, 베트남 등 태양광 패널 관세 유예 종료

ADB "美, 대선 후 베트남 정책 바꿀 가능성"

미국이 대(對)중국 무역 제재를 강화하면서 중국이 베트남을 통한 우회 수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 또다시 제기됐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한 가운데, 오는 11월 대선 이후 미국이 베트남 수입품에 대한 관세 장벽 역시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백악관은 이날 중국의 우회 수출로를 차단하기 위해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4개국에 대한 태양광 패널 관세 유예 조치를 종료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6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베트남은 지난해 미국과의 교역을 통해 1050억달러의 무역 흑자를 달성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던 2018년과 비교해 베트남의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2.5배나 증가했다. 이로써 베트남은 중국, 멕시코, 유럽연합(EU)에 이어 대미 무역흑자가 네 번째로 큰 지역이 됐다.

주목되는 것은 최근 몇 년간 베트남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금액과 베트남이 미국에 수출한 금액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미국이 수입한 베트남산 제품 규모는 290억달러다. 이는 같은 기간 베트남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금액인 305억달러와 비슷한 규모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두 수치의 상관관계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만 해도 84%에 그쳤지만 지금은 9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BMI의 대런 테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베트남의 미국 수출 증가와 동시에 베트남의 중국산 수입이 급증한 것은 중국 기업이 베트남을 이용해 자국 상품에 부과되는 추가 관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의미로 비친다"고 진단했다.

이는 중국 기업들이 대미 수출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부품을 베트남에 수출하고, 베트남에서 완제품을 조립한 뒤 미국에 다시 수출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중국 기업들이 동남아 제조 허브인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해 자국산 제품을 '메이드 인 베트남'으로 둔갑시켜 미국에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백악관이 지금은 인플레이션 문제로 베트남의 대미 무역 흑자 규모에 침묵하고 있지만 오는 11월 대선 후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응우옌 바 훙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선거에서 누가 승리하든 베트남에 대한 정책을 바꾸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며 "다만 미국의 수입 비용은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정부는 중국의 대미 우회 수출 봉쇄에 나서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 14일 중국산 전기차, 반도체 등의 관세를 대폭 인상한 데 이어, 이날 중국을 겨냥해 동남아 태양광 패널에 대한 관세 유예 조치를 종료키로 했다. 그동안 미국은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4개국에서 생산된 태양광 패널에 한시적으로 관세를 유예해 왔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미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동남아 국가에서 태양광 모듈을 조립, 수출하고 있다는 판단에 이 조치를 다음달 6일 종료키로 했다. 또 중국을 겨냥해 양면형 태양광 패널에 그동안 면제한 14.25%의 관세 역시 부활한다고 밝혔다.

멕시코를 우회한 중국의 미국 수출도 차단할 방침이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이날 워싱턴 D.C. 소재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 대담에서 그는 중국이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철강, 전기차 등을 미국에 우회 수출하지 못하도록 멕시코와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6년 예정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검토가 그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USMCA에 기반해 멕시코산 제품에 낮은 관세를 적용한다.

브레이너드 위원장은 "미국에서 두 번째 차이나 쇼크가 있어선 안 된다"며 "주요 7개국(G7), 주요 20개국(G20) 파트너들과 우리의 공동 이익 증진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