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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부정행위 승진’ 공사 직원…대법 “임금 반납하라” 두 번째 파기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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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부정행위하는 모습.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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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취지를 반영하지 않은 ‘농어촌공사 승진비리’ 관련 사건이 재상고심에서 다시 파기환송됐다. 파기환송심에서는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대법원이 사건을 파기한 이유가 심리에 반영해야 하지만 환송심 재판부가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전직 공사 직원 3명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소송 재상고심에서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대법원은 “환송 후 원심이 환송판결의 파기이유와는 다른 기준으로 심리를 한 건 환송판결의 기속력에 반한다”며 두번째 파기환송 판결 이유를 밝혔다.



‘농어촌공사 승진비리 사건’은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승진시험에서 일부 직원들이 승진시험 문제를 내는 외부업체에 돈을 주고 문제와 답을 제공받아 시험에 합격해 승진발령을 받은 사건이다. 공사는 일부 승진자들을 상대로 승진으로 인한 급여상승분을 돌려달라고 지난 2016년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에서는 원고가 패소했다. 1·2심은 승진 뒤 급여가 승진에 대한 대가뿐만 아니라 이후 바뀐 업무에 대한 대가로서도 의미가 있다고 봤다. 승진자들이 승진에 따라 변경된 업무를 수행했고 그 대가로 급여를 받았으니 부당이득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지난 2022년 8월 대법원은 이 사건을 파기환송 판결했다. 대법원은 “승진 전후로 담당한 업무에 실질적 차이가 없으면 승진자는 오로지 승진했다는 이유만으로 높은 임금을 받은 것이므로 돈을 반환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면서 “승진 전후 각 직급에 따른 업무에 구분이 있는지, 근로의 가치가 실질적으로 다르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심리하라”고 했다. 승진 후 업무의 종류나 난이도에 변화가 없다면 부당이득금이 발생한다는 취지다.



다시 사건을 받은 광주고법은 환송 전과 마찬가지로 원고패소 판결을 했다. 공사가 돌려줄 부당이득금이 없다는 취지다. 환송 후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부당이득을 승진한 근로자의 가치가 높게 평가된 대가로 받는 ‘직능급’ 부분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런데 승진 후 급여 상승분에는 직무의 가치, 즉 승진 후 맡게 된 직무의 난이도에 따른 ‘직무급’ 부분도 섞여 있다는 게 환송 후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 경우 승진 후 급여상승분에서 직무급 상승분을 따로 계산해 뺀 금액이 부당이득금이 된다.



그런데 광주고법은 직무급 상승분을 계산하면서 대법원의 판결 취지인 승진자들의 실제 업무가 아니라, 승진 전 직급과 승진 후 직급에서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업무의 평균 난이도를 비교했다. 환송 후 재판부는 “사업장의 운영 상황에 따라 동일한 직급이어도 각각 난이도가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며 “이 사건 직무급 상승분은 같은 직급의 근로자들이 통상적으로 수행 가능한 범위의 업무들의 ‘평균 난이도’를 고려한 결과”라고 봤다.



결국 환송심 재판부가 승진 전 직급과 승진 후 직급에서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업무의 평균 난이도를 비교해 심리한 결과, 승진 후 직무 가치에 실질적인 차이가 있다며 농어촌공사가 지급해야 할 부당이득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다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승진 전후 실제로 담당해 수행한 구체적 업무를 비교하지 않은 채 승진 전 직급에서 담당 가능한 다양한 업무들의 평균 업무난이도와 승진 후 직급에서 담당 가능한 다양한 업무들의 평균 업무난이도를 비교해 그 업무의 직무가치가 차이가 있다고 본 환송 후 원심 판결은 환송판결의 파기이유와는 다른 기준으로 판단한 것이라 환송판결의 기속력에 반한다”고 밝혔다.



사건을 환송받은 법원은 대법원이 파기이유로 한 판단에 대해 환송 후의 심리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이에 기속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이어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환송판결의 기속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면서 다시 파기환송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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