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전 썼던 '카이로스의 시간'이란 칼럼을 다시 들췄다. 2022년 3월 대통령선거가 끝난 시점이었다. '…영원한 것은 없다. 정권도 마찬가지다. 크로노스냐 카이로스냐다.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자만하다간 큰 코 다친다. 국민의 심판은 엄중하다. 오는 6월 지방선거와 2년 후 총선(2024년 4월 10일)에서 민의가 결과에 반영될 것이 자명하다. 승리에 취해 밀어붙이다간 역풍을 맞는다… 오직 국민이라 말하고 고집대로 한다면 국민은 돌아선다…'.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다. 지난 4월 치러진 총선에서 국민들은 여권에 등을 돌렸다. 범야권이 192석, 여권이 108석을 얻었다. 여권의 참패였다. '정권견제'에 대한 민의가 총선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선거는 인물, 구도, 바람이 중요하다. 각 지역구에서 어떤 사람이 출마했는지가 관심사다. 또 전체적인 선거 구도가 핵심이다. 여기에 어떤 바람이 부느냐가 선거의 승패를 좌우한다. 이번 선거에선 상대적으로 인물이 중요하지 않았다. 바람은 불지 않았다. 구도가 결정적이었다. 현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의가 '거야의 입법독주'를 막자는 명분보다 앞섰다.
지금의 대한민국.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기업인, 자영업자, 샐러리맨 모두 현실이 힘들고 미래를 걱정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은 서민들의 삶을 조이고 있다. 나라의 미래도 밝지 않다. 저성장, 저출산이 고착화되고 있다.
현 정권의 임기는 3년 가까이 남았다. 카이로스의 시간을 만들어 가길 주문한다.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줘야 할 의무도 있다. 과거 대통령을 떠올리면 상징적인 업적이 있다. 김영삼 대통령은 금융실명제, 하나회해체 등이 떠오른다. 김대중 대통령은 외환위기 극복과 포용의 정치, IT·벤처산업 육성이, 노무현 대통령은 권위주의 청산과 정책 토론문화, 지방 분권화 추진(지역주의 타파) 등이 인상깊었다.
카이로스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선 대통령도 달라져야 한다. 2년의 정치가 심판을 받은 만큼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협치와 협력이 없다면 국정운영도 순탄치 않다. 192석 범야권의 입법독주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만들 수 있다. 국회권력이 민생과 경제를 위한 입법이 아닌 집권세력에 대한 반대급부라면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파생되는 고통은 국민들이 감내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먼 훗날 어떻게 기억될까. 의미있는 3년을 보낼 결심을 해야 한다. 아내의 특검을 받아 들인 대통령, 한 군인의 순직사건 특검법을 수용한 대통령은 어떨까. 가계부채를 줄이고 집값을 안정시킨, 출산율을 높이고 저성장 국면을 극복할 구조개혁을 이룬 정부는 어떨까. /금융·부동산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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