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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회사 적자인데 해외로 떴다…당근마켓 대표 "미친 짓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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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흑자 낸 김용현 공동창업자



■ 경제+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은 지속 가능성조차 의심받던 때(2019년 11월) 영국에 진출했다. 직원 수 50명이 채 안 됐었다. 적자를 면치 못하던 2022년엔 아예 공동창업자인 김용현 대표가 짐 싸 들고 캐나다로 떠났다. 당근 본사가 첫 흑자를 낸 건 지난해의 일로 이제 막 국내에서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런데 김 대표는 “글로벌 흑자 전환은 10년, 어쩌면 더 걸릴 수도 있다”면서도 “성공하면 지금 하는 광고 모델만으로도 매출 10배 이상을 할 수 있다. 삼성·현대가 처음 글로벌에 투자했을 때도‘미친 짓’처럼 보였겠지만 오너 의지로 해냈다”고 말했다. 당근은 왜 지금, 글로벌에 목숨을 걸까. 당근의 꿈, 현실성은 있을까.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김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당근 본사에서 화상으로 진행했다. 그는 1년에 한 번만 한국에 온다고 했다.

‘진짜 돈 버는 것엔 별 관심이 없나? 돈 욕심이 없는 건가?’

김용현 대표와 인터뷰하는 내내 든 의문이다. 단순히 기업 가치 3조원 이상,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 1900만 명을 가진 유니콘 창업자가 명품시계 대신 중고가 5만원(당근 앱 기준)에 살 수 있는 전자시계를 차고 있어서는 아니었다.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는 당근은 창업 이후 내내 ‘돈은 벌 수 있나’란 시장의 우려를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다. 이날도 김 대표는 돈 번 이야기보다, 돈 쓸 이야기(투자)에 더 많은 시간을 썼다. “수익 모델에도 관심이 많다. 돈을 벌어야 한다”면서도, 뒤에 붙는 말은 “그래야 글로벌 확장을 할 수 있으니까”였다.

돈 벌기도 전에 글로벌?

중앙일보

김주원 기자


돈을 못 벌어 ‘플랫폼의 저주’란 말까지 듣던 당근은 지난해 첫 흑자를 내며 실력을 입증했다. 이쯤 되면 안정을 추구할 법한데 김용현 대표의 시선은 ‘새로운 도전’에 쏠려 있다. 글로벌 앱 ‘캐롯(Karrot)’의 성공이 그것이다. 해외사업을 위해 가족까지 모두 데리고 한국을 떠난 창업자는 2년 넘게 돌아오지 않고 있다.

Q : 창업자가 직접 해외로 갔다.

A : “코로나19로 처음 2년간은 온라인으로만 해외 사업을 했다. 한계가 컸다. 왜 우리 앱을 안 쓰는지 데이터만으론 파악하기 어려웠다. 코로나19 사태 막바지쯤 처음 토론토 출장을 와보고 ‘직접 와서 해야겠다’는 걸 느꼈다. 두 달 만에 짐을 싸 들고 이사 왔다.”

Q : 왜 캐나다인가.

A : “궁극적 목표는 미국 시장이다. 모든 글로벌 회사가 미국에서 경쟁한다. 치열하다. 캐나다는 문화·환경이 비슷하지만, 경쟁은 그보다 덜하다고 봤다. 토론토에서 성공하면 다른 도시 확장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기도 했다.”

중앙일보

김주원 기자



Q : 옳은 선택이었나.

A : “100%. 한국에 앉아서 보던 것과 많이 달랐다. 직접 시장을 보고 목소리를 듣고 제품을 개선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 국내 사업은 긴 시간 서로 신뢰를 쌓아온 다른 경영진을 믿었다.”

Q : 왜 글로벌인가. 단순히 더 많은 돈을 벌려는 건 아닌 것 같다.

A : “한국에서 돈 벌기까지 오래 걸렸다. 8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해외에서는 10년, 그 이상 걸릴 수도 있다. 당장 돈을 벌겠다는 것보단, 더 큰 것을 보고 있다. 한국 IT 기업의 발전 과정을 보면 우리 세대에 주어진 숙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서비스로 성공하는 거라 생각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IT 기업이 아직 없다. 제대로 성공하는 회사가 나와야 한다. 국내 스타트업 발전에 대한 고민도, 결론은 무조건 글로벌이다. 골프의 박세리 선수나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처럼 한번 사례를 만들면 수많은 도전자와 성공 기업이 나올 수 있다. 처음 길을 닦는 건 어렵고 외롭겠지만, 누군가 해야 한다.”

Q : 해외 시장과 한국 시장의 다른 점은.

A : “북미는 다양함을 기본으로 깔고 있다. 서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것을 법으로 만들고 나머진 개인 판단과 자유에 맡긴다. 그래서 규제가 적다. 한국은 좀 다르다. 규제 강도가 비교적 강한 것 같다. 그런데, 글로벌 빅테크와 기술 격차가 크고 문화·언어적 장벽도 인공지능(AI)이 해결해 버리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만 규제하면 경쟁력은 사라지고 설 자리를 빼앗긴다. 걱정이다.”

글로벌 당근, 현재 점수는?



중앙일보

김주원 기자


“글로벌 앱 캐롯은 지난달 말 기준, 캐나다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각각 소셜부문 5·6위에 올랐고, 구글플레이 전체 카테고리에선 22위를 기록했다. 구체적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 3월 MAU는 전년 동월보다 약 3배 증가했다고 한다.”

Q : 해외 진출, 현재 성과는.

A : “최근 앱 순위가 크게 올랐고 평점도 높아졌다. 데이터도 보지만, 체감하는 것도 많다. ‘물건이 너무 안 팔린다’ 같은 평가가 주였는데 이젠 ‘사기꾼이 다른 데보다 적다’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반응이 많아졌다. 성장하고 있단 걸 느낀다. 이제 속도가 붙을 것 같다.”

Q : ‘글로벌 성공’ 기준이 있나.

A : “북미에서 적어도 월 방문자 수 1000만 명 이상은 돼야 한다. 1차 목표다. 큰 숫자지만, 완전한 성공이라고 할 순 없다. 광고 비즈니스를 제대로 하려면 시장을 어느 정도 장악해야 한다. 1억~2억 명 쓰는 서비스가 돼야 돈도 벌린다.”

Q : 투자자나 직원들이 걱정하진 않나.

A : “글로벌 진출 필요성을 다 공감하고 있다. 일종의 배팅이지만, 삼성도 현대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북미에서 다 아는 기업이 됐고, 그걸 위해 수십 년 전 투자를 시작했다. 당시에 봤을 땐 ‘미친 짓’이었을 거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건 오너의 의지인 것 같다. ‘여기서 성공해야 한다. 10년, 20년 걸리더라도 해낸다’는 의지. 그게 있어야 투자할 수 있다.”

당근의 오늘과 내일

“2015년 7월 설립된 당근은 지금까지 227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지난해 성적표는 매출 1276억원, 영업이익 173억원(별도 기준). 전년 대비 매출은 156% 증가했고, 8년 만에 처음 흑자 전환했다. 중고거래는 이제 제대로 뿌리를 내렸다는 평가 속에, 로컬 광고와 구인·구직, 부동산과 중고차 거래 서비스까지 가지를 뻗어 나가고 있다.”

Q : 수익성, 더 나아질까

A : “로컬(지역) 광고를 2017년 시작했다. 아직도 첫 달 수익이 기억난다. 100만원도 안 됐다. ‘로컬 광고가 말이 될까?’ 의심했지만, 뚝심을 갖고 오래 발전시켰다. 지금은 월 매출 100억원이 넘는 BM이 됐다. 그런 씨앗을 가진 서비스가 계속 나올 거다.”

Q : 여전히 수수료는 안 받지만, 일부 지역에선 이용자가 광고비를 내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확장 계획은?

A : “시점은 정하지 않았지만 다른 지역으로 확장할 계획은 있다. 이사를 앞두고 빨리 물건을 팔아야 할 때, 혹은 명품 시계나 휴대전화처럼 고가 물건을 팔 때, 판매자 입장에선 거래가 쉽지 않아 답답할 수 있다. 돈을 조금 내더라도 빨리 거래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하는 니즈(수요)를 가진 분들이 분명 있다.”

Q : 특별히 공들이는 서비스는.

A : 커뮤니티다. 외로운 사람이 많다. 결국 인간은 오프라인으로 만나고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믿는다. 같이 조깅을 하거나, 토론회를 열거나. 그런 니즈가 많다. 제일 잘 연결해 줄 수 있는 서비스가 당근이다. 개개인의 신뢰도 관련한 지표를 가지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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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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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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