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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정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부당 개입"... 법무부, ISDS 판정문 전문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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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A 중재판정부, 한국 정부 배상책임 인정
333쪽 판정문 보니 "韓정부 국제법적 책임"
한국일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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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정부가 개입해 피해를 입혔다며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매니지먼트가 청구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의 판정문 전문이 15일 공개됐다. A4용지 333쪽 분량의 영문 판정문 전문과 국문 판정문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상호협의로 지정된 최소한의 보호정보를 삭제한 후 판정문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판정문에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국민연금의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피청구국(한국 정부)의 개입이 없었더라면 본건 합병 표결이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부의됐을 것임은 확실히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의됐다면 위원회는 합병이 삼성물산 주식의 가치를 침해한다는 점을 고려해 반드시 기권하거나 반대 표결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중재판정부는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단일 최대주주로 본건 합병에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었다"며 "합병은 국민연금의 찬성 표결로 승인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부당한 개입은 국민연금 표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었고, 국민연금의 행위는 한국 정부의 행위와 인과관계 측면에서 분리될 수 없다"며 "국민연금이 한국법상 책임이 없다고하더라도, 국제법에 따른 한국 정부의 책임은 소멸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메이슨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승인하는 과정에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하며 자유무역협정(FTA)을 어겨 손해를 봤다"며 2018년 9월 약 2억 달러(약 2,737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이 개입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이 0.35주로 합병비율을 결정하는데 찬성하면서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취지였다. 합병 당시 메이슨은 삼성물산 지분의 2.18%를 보유하고 있었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은 삼성물산 주주로서 자신의 의결권을 행사한 것에 불과해 ISDS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맞섰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6년여간 심리를 진행한 중재판정부는 지난달 11일 우리 정부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 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법무부는 판정문 분석을 토대로 취소소송 등의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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