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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집트-이스라엘, 가자 지원 숨통 끊은 책임 공방…45년 파트너십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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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스라엘방위군(IDF)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흐 동쪽에 지상, 공중 공격을 감행하면서 13일 현지 주민들이 차를 타고 피란을 떠나고 있다. 라파흐/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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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전 평화협정을 맺고 우호를 유지하던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 관계가 가자전쟁을 둘러싸고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양쪽은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 지원이 막힌 이유를 상대 탓으로 돌리며 책임 공방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14일 엑스(X·옛 트위터)에 “세계는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에 대한 책임을 이스라엘에 돌리지만, 이 위기를 막기 위한 열쇠는 이제 이집트의 손에 있다”고 적었다. 이어 자신이 영국, 독일 외교장관들과 “이집트가 라파흐 국경을 재개방하도록 설득할 필요”에 대해서 협의했고, 이탈리아 외교장관과도 논의할 것이라며 이집트에 공개적인 압박 메시지를 보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지난 7일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흐 지상전을 개시하며 외부 구호품이 들어오는 몇 안 되는 통로로 기능했던 라파흐 국경을 장악했고, 이후 구호품 반입이 막혔다. 국제사회가 가자지구의 재앙적인 인도주의 위기를 우려하며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상황에서 외교 수장이 직접 나서 책임을 라파흐와 맞닿은 이집트 탓으로 돌린 것이다.



이집트는 즉각 반발했다. 로이터 통신과 이집트 언론에 따르면, 사미흐 슈크리 이집트 외교장관은 같은 날 성명을 내어 이스라엘이 라파흐 국경을 통제하고 군사작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구호품 트럭을 들여보내는 것은 “구호 인력과 트럭 운전자를 즉각적인 위험”에 노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구호품이 국경을 통해 들어갈 수 없게 하는 핵심적인 이유”라고 반박했다.



이집트가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를 격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익명의 이집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집트가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 있는 대사를 소환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격하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집트는 지난 7일 이스라엘군이 라파흐에 대한 지상작전을 개시하기 직전에서야 관련 계획을 자신들에게 알렸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앞서 이스라엘이 이집트 정부에 라파흐 국경 장악과 관계없이 구호품 반입 지점은 유지될 것이고 몇주 전 팔레스타인 주민의 대피를 담보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자지구 상황이 악화해 피란민이 자국으로 대거 유입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이집트에는 당혹스러운 일이자 신뢰를 저버린 행동이었다.



이집트는 1979년 아랍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은 뒤 이스라엘과 긴밀한 협력을 해왔다. 특히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 집권이 시작된 2014년 이래 이슬람국가(IS) 극단주의자를 척결하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는 등 중요한 안보 파트너 관계를 유지했다. 이번 가자전쟁에서도 미국, 카타르와 함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이 중재자 역할을 도맡아왔다. 아랍권 영어 매체인 ‘뉴아랍’은 현재의 상황을 “이스라엘의 라파흐 공격은 오랜 평화협정을 시험하는 것”이라고 풀이하면서 “실제로 현재 양쪽 모두에 일종의 의심이 있다”는 전직 이집트 의원의 발언을 전했다.



이집트는 지난 12일 ‘집단 학살’ 혐의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이스라엘을 고발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당장 외교 관계를 끊지는 않을지라도 소송 참여를 통해 이스라엘과 미국에 압박을 가하려 한다고 짚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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