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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한동훈에 판 깔아줬다"…때릴수록 커질라, 작전 바꾼 친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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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4 원내대표 선출 선거 당선자총회에 참석한 모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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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설을 바라보는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의 시선이 복잡해졌다. ‘찐윤’으로 불리는 이철규 의원이 14일 오전 MBC 라디오에 나와 한 전 위원장에 대해 “공직에 나가든 당직에 출마를 하든 그것은 오롯이 본인 선택에 달렸다. 본인이 판단할 문제지 왜 제3자가 나가지 말라고 압박을 하느냐”고 말한 게 대표적 사례다.

이 의원은 엿새 전까지만 해도 ‘한동훈 당권설’을 공개 비판한 '제3자' 중 한 명이었다. 지난 8일 SBS 라디오에서 한 전 위원장 관련 질문을 받고 “내가 이번에 원내대표(도전)를 안 하겠다는 결심을 가진 근저에는 공천관리위원으로서 우리가 진 선거 결과에 느낀 책임감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총선 참패 책임자의 지도부 복귀는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최근까지 복수의 친윤 인사들은 “총선 패배 책임은 이 의원보다 한 전 위원장이 훨씬 크다” “공관위원이 원내대표 경선을 드롭하는 마당에, 비대위원장이 또 당권을 노린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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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2일 오후 대구 달성군 하빈면 대구교도소 이전 개청식을 찾아 축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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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친윤계가 한 전 위원장에 대한 공개 비판을 중단한 건 이른바 ‘때릴수록 큰다’는 위기감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한 전 위원장은 홍준표 대구시장의 페이스북 공격에 맞대응하는 형식으로 총선 패배 9일만인 지난달 20일 페이스북에 재등장했다. 총선 당시의 ‘윤·한 갈등’ 이후 한 전 위원장과 줄곧 각을 세우는 친윤계를 두고도 여권에서는 “한 전 위원장의 전대 출마에 친윤이 판을 깔아준다”는 시선이 적잖았다. 과거 윤석열 대통령이 ‘추·윤(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주목받았듯, 한 전 위원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그에 대한 주목도와 기대감도 동반 상승했다는 시각이다.

이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 통화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처럼 한 전 위원장의 출마를 공개 반대하는 건 안 된다는 것”이라며 “(총선 지휘부의) 책임 여부는 당에서 점차 가릴 것”이라고 라디오 발언의 취지를 설명했다. 친윤계 재선 의원도 통화에서 “홍 시장이 사실상 판을 깔아 조용하던 한동훈을 소환하지 않았나”라며 “여전히 전대 출마를 쉽게 결정하긴 어렵겠지만, 나오더라도 당원들이 투표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홍 시장이 자유한국당 시절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이듬해 전대 출마를 선언했던 이력을 들어 “2019년의 홍준표와 2024년의 한동훈이 똑같다”(중진 의원)는 말도 나오고 있다. 홍 시장은 당시 전대를 2주 가량 앞두고 막판에 불출마로 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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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개 활동을 중단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11일 서울의 한 도서관에서 봤다는 목격담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다. 사진 디시인사이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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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친윤계는 ‘가급적 빠른 전대’ 등 한 전 위원장에게 불리한 구도를 주장하며 우회 공격을 이어갈 태세다. 지난해 입당한 한 전 위원장의 경우, 시·도당 조직 구축 등에 필요한 시간 부족이 가장 큰 핸디캡으로 꼽힌다. 대통령 선거 출마 예정자가 대선 1년 반 전에 대표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현행 당권-대권 분리 규정 역시 한 전 위원장 당권 도전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의원은 이날 “20년 가까이 운영을 해온 우리 당의 대선 후보 선출 관련 기준”이라며 규정 유지를 주장했다. 현재 당원투표 100%로 돼 있는 전대 룰을 두고도 “선출된 (차기) 지도부가 당원의 뜻을 물어서 보완할 필요가 있다면 그때 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전대 시기 및 룰 개정, 총선백서 제작을 도맡은 황우여 비대위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황 비대위원장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백서특위 위원장과 이야기 나눌 때 ‘개인의 책임을 추궁하는 식으로 하지 말고, 정치적 책임은 당 대표가 사퇴한 것으로 봉합하자’고 했다”며 “주어를 ‘당’으로 해서 ‘당이 이렇게 했는데 여기엔 이런 문제가 있고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해야 당도 받아들일 수 있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훈 백서특위 위원장도 이에 대해 “직설법이나 은유법이나 읽는 사람은 다 해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특정 이름을 거론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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