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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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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셈법 복잡해졌다…대통령실·노조, 라인 지분매각 잇단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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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라인야후 신중해야”...네이버 장기전 대비

라인야후 매각, 친일 프레임에
日 정부 상대하는 데 힘 보탤듯
적정 매각 가격 11조원 안팎 추정

네이버, 소프트뱅크와 줄다리기에
협상 시간 걸릴듯...해외사업 동시 개편

野 “네이버는 디지털 영토” 독도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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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라인프렌즈 팝업스토어 앞으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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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라인야후 관련 지분매각 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정부와 노조에서 신중론이 터져나왔다. 대통령실은 국익 차원에서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고, 노조는 소프트뱅크의 매각 요구는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네이버는 장기전을 준비중이다.

성태윤 정책실장은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한국 기업의 의사에 조금이라도 반하는 부당한 조치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까지 직접 나서 일본 정부를 상대하는 데 있어서 도움을 주겠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과 기업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필요한 모든 일을 해왔다”며 “네이버를 최대한 존중하며, 추가 입장이 있다면 정부 차원에서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4월26일 주일한국대사관을 통해 일본 총무성 관계자와 만나 행정지도에 관한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29일 네이버 관계자와 면담을 갖고 일본의 입장을 공유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성 실장은 “자본구조 변경 외에 필요한 모든 조치와 지원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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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윤 정책실장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라인 야후 사태 관련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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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네이버는 10일 입장을 발표했지만 “결론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상세한 사항을 공개할 수 없다”며 세부적인 메시지를 내놓지는 않았다. 이에 대통령실은 보다 명확한 요청을 해달라는 것이다.

네이버 노조는 지분 매각을 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라인이 아시아 넘버 원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국내에 있는 2500여명의 라인 계열 직원 외에도 네이버, 네이버클라우드 등 수많은 네이버 계열 구성원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다”며 “보안 사고의 대책으로 지분을 늘리겠다는 소프트뱅크의 요구는 상식적이지도 않고, 부당하기까지 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적극적이고 단호하게 대처하고 부당한 요구에는 목소리를 내 달라”고 말했다.

협상에 돌입한 네이버는 이러한 메시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는 소프트뱅크와 장기적 협상에 대비하고 있다. 네이버 사정에 정통한 한 정보기술(IT) 관계자는 “네이버가 먼저 도움 요청을 하기전에, 대통령실이 먼저 가이드라인을 준 상황이라, 내부적으로 셈법이 복잡해진 것 같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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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네이버는 우선 소프트뱅크와 협상에 돌입하고, 불합리한 요구가 있을 때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일 양국의 입장 발표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달 말 지분매각을 포함한 해외 사업 개편이라는 큰 그림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네이버가 갖고 있는 라인야후와 관련한 전략적 포인트에 대해 들었고,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말도 들었다”면서 “네이버가 자사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라인야후에 접목하는 데 현실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분매각을 포함한 여러 대안을 중장기적 비즈니스 관점에서 검토해 왔던 상황이라고 밝혀왔다”고 설명한 바 있다.

라인야후 공동 경영이 네이버로서는 시너지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모기업인 A홀딩스에 대해 각각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소프트뱅크가 경영을, 네이버가 기술을 담당하는 이원화 구조인데 4월 16일 일본 총무성이 ‘보안 거버넌스 개편’과 함께 ‘자본관계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라인야후가 네이버클라우드와 보안 운영 센터 계약을 해지한데 이어, 소프트뱅크가 자체 개발 중인 AI 기술을 라인에 접목하겠다는 뜻을 구체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관건은 매각 단가다. 라인야후 가치는 2조9000억엔으로 약 25조5000억원이다. A홀딩스가 라인야후 지분 64.4%를 들고 있으니, 네이버 몫은 약 32.2%로 약 8조2000억원이다. 경영권 인수에는 보통 프리미엄이 약 30% 붙는다.

시장이 추산한 적정 매각가는 10조7000억원 이상이다. 문제는 경영과 기술을 모두 확보한 소프트뱅크가 제 값에 지분을 사들일지 여부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앞서 라인·야후재팬·페이페이에 자사의 AI 기술을 적극 접목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사장은 앞서 주주총회에서 “1주부터 전량 인수까지 논의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우리도 들어갈 수 있는 사이즈가 있다. 그 투자에 걸 맞는지, 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비싸게는 안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야당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일본에 목소리를 낼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는 즉각 범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으로 우리 기업을 지켜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즉시 상임위를 열어 이 사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데 협조하고, 그렇지 않으면 매국 정부, 매국 정당이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오후 독도를 방문해 항의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윤 정부를 향해 “‘디지털 영토’를 넘기는 제2 을사늑약을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성태윤 정책실장은 “정치권에 대해서도 초당적 협조를 요청드린다”며 “일각의 반일을 조장하는 정치 프레임이 국익을 훼손하고, 우리 기업을 보호하고 이해관계를 반영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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