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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왕이 만난 조태열 "한중 얽힌 실타래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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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취임 후 중국을 처음 방문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왼쪽 둘째)이 13일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맨 오른쪽)과 회담을 하고 있다. 베이징 특파원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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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3일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하고 소원했던 한중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첫발을 뗐다.

이날 두 장관은 갈등과 이견을 조절하며 양국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방법론에 있어서는 미묘한 입장 차이도 드러냈다.

이날 조 장관은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왕 부장과 마주 앉아 양국 간 현안과 다가오는 한·일·중 정상회의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 양국 외교장관이 대면 회담을 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이번 회담은 지난 2월 왕 부장이 조 장관 취임을 축하하며 중국에 초청한 것을 계기로 성사됐다.

조 장관은 "이번 방문이, 방문을 위한 방문에 그치지 않고 양국 간 얽혀 있는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 한중 관계가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도록 물꼬를 트는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왕 부장의 초청에 화답했다. 이어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어느 한쪽이 아닌 양국이 함께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난관이 있더라도 이견이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하는 가운데 협력 모멘텀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한미동맹이 강화되는 것이 한중 관계 소홀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의지를 전했다. 그는 "우리는 대외 관계를 제로섬 관계로 인식하지 않고 그렇게 관리하지도 않는다"며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따른 양국 관계 제약 요인을 최소화하고 갈등보다는 협력에 초점을 맞춰 작은 일부터 하나씩 착실하게 성과를 쌓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양국이 공동으로 직면한 다양한 도전과제에 대해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자 관계뿐만 아니라 공동의 도전에도 함께 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지난 몇 년간 악화한 양 국민의 상호 인식을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는 역지사지 자세로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공감대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2년간 양국이 호혜적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온 역사를 언급하며 조 장관을 환영했다. 그는 "32년 동안 양국의 발전은 전반적으로 순조롭고 성과가 풍부했으며, 이를 토대로 2008년 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다"면서 "이는 양국 외교에서 양국 관계를 더욱 중요한 위치에 올려놓았다"고 평가했다.

국제 정세의 변화에도 양국 관계가 흔들림 없이 지속되는 데 한국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왕 부장은 "최근 양국 관계는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했고, 이는 양측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중국도 바라지 않는 일"이라면서 "양국이 함께 노력해 양국 수교 수립의 초심을 견지하고 선린 우호의 방향을 고수하며 호혜 협력의 목표를 확고히 세우고 간섭을 없애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중 관계 악화의 원인이 미국·일본 본위 대외 기조를 펼치고 있는 한국에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인 셈이다.

양 장관은 회담에 이어 만찬을 함께하며 4시간가량 협의를 이어갔다.

조 장관은 이날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인들과 만나 한중 관계 개선 의지를 거듭 밝혔다. 조 장관은 "최근 대외 여건은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미·중 경쟁이 격화되고 지정학적 불안 요소까지 겹쳐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관(官)을 중시하는 중국 특성상 정부의 협조가 필요한 경우도 많을 수 있다"며 "각종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도 수시로 공관과 소통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 장관은 14일까지 중국에 체류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예방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 서울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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