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각) 가자 지구 북부를 향한 이스라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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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방위군(IDF)이 지난달 초 철수했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에 다시 진입했다. 태세를 가다듬은 하마스를 제거하겠다는 이유지만, 비현실적인 목표로 민간인 피해만 늘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이 가자 북부 도시 자발리야로 탱크를 밀고 들어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팔레스타인 보건부와 현지 주민들의 증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전날 밤부터 이어진 대규모 공습과 지상 포격으로 최소 19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쳤다. 자발리야는 가자지구에 있는 난민 캠프 8곳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캠프가 있는 곳으로 대략 10만명이 이곳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10월7일 전쟁 시작 이래 이날까지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3만5천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전날 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자발리야에서 하마스가 지난 몇주 동안 군사 역량을 재건하려는 시도를 확인했다”며 “이러한 시도를 제거하기 위해 군이 작전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군이 가자 북부에 있는 자이툰 지역에서도 작전을 했고 그 결과 하마스 대원 30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스라엘군이 초기 공격 때보다 더 깊숙이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탱크가 동네 시장 근처까지 들어왔다고 보도했다. 자발리야 주민 사이드(45)는 “그들은 피란민이 머무는 학교 인근을 포함해 어디에나 포격을 하고 있다”며 “전쟁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가자 북부에서 이스라엘군과 하마스가 치열한 근접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이툰, 사브라 지역 등 북부의 민간인 주거지에서도 대규모 폭격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지역은 이미 이스라엘군이 몇개월 전 하마스 격퇴를 목표로 훑고 지나간 곳이다. 12일 가자 지역에서 하마스가 쏜 로켓이 이스라엘 아슈켈론으로 날아오면서 공습경보가 울렸는데, 이는 가자 내부에 여전히 로켓을 쏠 수 있는 병력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하마스 최고 지도자인 야흐야 신와르를 비롯한 다른 하마스 대원들이 칸유니스 아래 설치된 터널을 벗어난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분석 결과, 신와르가 이스라엘 인질을 방패 삼아 이스라엘의 공격을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지속적으로 이스라엘의 라파흐 전면 공격을 만류하는 이유이자 이스라엘이 다시 가자 북부로 향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 인터뷰에서 가자 북부와 남부 도시 칸유니스 등을 언급하면서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몰아낸 가자 지역에서 하마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의 “성공”이 수많은 민간인 피해를 내면서도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이스라엘이 승리한 곳에 나타나는 “공백”이 “혼란, 무정부 상태, 궁극적으로는 다시 하마스에 의해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 역시 하마스의 ‘박멸’이 현실적이지 않은 목표라고 꾸준히 경고해왔다. 워싱턴에 있는 아랍 걸프 국가 연구소의 후세인 이비시 선임 연구원은 지난해 말 시엔비시(CNBC) 방송에 “하마스는 하나의 브랜드이며, 스스로를 하마스라고 부르고 싶어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있는 한 하마스는 계속 존재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국제 대테러 연구소 소속 미리 아이신 이스라엘방위군 예비역 대령도 이 매체에 하마스 제거를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하마스의 방식이 더 나은 미래를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마스의 군사 부문을 제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데올로기이자 사회 운동, 거버넌스로서의 하마스를 없애려면 접근 방법을 달리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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