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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네이버, 지분정리 가닥 잡았나…‘라인사태’ 3대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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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모습. 2024.5.7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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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야후 사태에 대해 한국 정부는 물론 정치권까지 유감을 표명하며 적극적으로 개입에 나선 가운데 정작 이번 사태 당사자인 네이버는 소극적인 자세로 취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을 글로벌 서비스로 키워놓은 네이버가 사업을 통채로 일본에 빼앗길 위기인데도 정부에 적극적인 도움을 청하지도 않고,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네이버 지우기’에 대해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일본 정부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네이버가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궁금증이라는 분석이다.

네이버는 지난 10일 입장문에서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며 “결론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상세한 사항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소극적인 자세가 사업 효율화를 위해 라인 관련 지분을 정리하는 것으로 이미 가닥을 이미 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경영권 이슈가 본질이 아니라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뱅크간 사업 효율화 차원에서 ‘큰 그림’이 이미 짜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현재 라인야후의 최대주주는 64% 지분을 가진 A홀딩스다. 한국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A홀딩스 지분을 절반씩 소유하고 있다.

이와관련 지난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브리핑에서 “정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라인야후의 지주회사인 A홀딩스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50인데 이사구성 등을 볼때 라인야후의 경영권은 이미 2019년부터 사실상 소프트뱅크의 컨트롤 하에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네이버는 자사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라인야후에 접목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분매각을 포함한 여러 대안을 중장기적 비즈니스 관점에서 검토해왔던 상황”이라고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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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홀딩스 출범 당시 이사회 구성원 총 5명 중 네이버 사람은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황인준 라인 최고재무투자자(CFO) 2명이었고, 3명은 소프트뱅크 측 인사가 채웠다. 출범당시 경영권은 소프트뱅크, 기술개발권은 네이버가 각각 담당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A홀딩스 출범 당시 구조를 보면 네이버가 경영권을 갖고 있지 않았다”며 “경영권 이슈가 아니라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네이버가 지분정리 수순에 착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 총무성의 지난 3월 자본관계 재검토 주문의 행정지도 앞서 이러한 작업이 진행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네이버가 입장 발표를 미루고 있어 양사간 ‘빅딜’ 사전 교감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네이버는 “지난 10일 내놓은 입장문 이외 현재로선 추가적인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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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궁금증은 ‘네이버의 기술과 소프트뱅크의 자본으로 미국·중국 IT 기업에 대항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던 양사 파트너십이 왜 틀어졌는지다.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뱅크로선 일본 정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며 “소프트뱅크는 일본 정부 방침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국 기술을 중요시하는 ‘AI(인공지능) 국가주의’도 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2022년 말 챗GPT 등장 이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2021년 네이버의 AI팀(클로바 CIC)을 분사해, 라인야후처럼 공동 투자하는 방안을 조율하기까지했지만 해당 안건은 없던 일이 된다.

주목되는 것은 2022년말 챗GPT가 등장하자,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점이다. AI 기술 역시 구글과 MS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손정의 회장은 작년 10월 열린 소프트뱅크 컨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터넷의 초기 성장기를 크게 놓친 일본은 앞으로 30년을 더 놓칠 수 없다”. 그는 어항 속 금붕어 그림을 띄워놓고, AI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어항 속 금붕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AI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발표했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사장은 “수요가 정말 많아 이미 400개 이상의 기업으로부터 수주를 받았다”면서 “현재 구글이나 오픈AI를 쓰지만, 자체 개발한 생성 AI가 완성되는 대로 제안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프트뱅크는 생성 AI 관련해 대대적인 추가 투자를 하고, 엔비디아가 올해 3월 발표한 ‘엔비디아 최신 칩인 DGX B200를 사들여 1조 파라미터의 생성 AI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파라미터란 인간 두뇌의 시냅스에 해당하는데, 크면 클수록 연산 능력이 높다. 오픈AI GPT-4가 1조개를 넘으니, 이에 버금가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아울러 지난해는 310억달러(42조원)에 인수한 반도체 설계 기업인 ARM이 상장하면서 잭팟을 터뜨리며 투자 여유도 생겼다. ARM은 시가총액은 1132억달러(약 155조원) 정도다.

세번째 궁금증은 네이버가 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동남아 사업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다.

라인야후의 일본 사업권은 소프트뱅크가, 나머지 해외 사업권은 네이버가 확보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전량 사들이고, 네이버가 자금 중 일부를 활용해 라인야후 계열사 가운데 일본외 해외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를 사들이는 방식이다. 라인은 일본뿐 아니라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2억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한 글로벌 메신저다. 네이버는 라인을 중심으로 간편결제 등과 연계해 동남아 시장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의 동남아시장 공략의 핵심이 라인이라는 얘기다.

관건은 Z인터미디어트다. 해당 중간지주는 해외담당 자회사인 라인플러스 100%, 캐릭터 담당 아이피엑스(IPX) 52.2%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시나리오는 네이버가 가장 희망하는 방안이지만, 소프트뱅크가 거절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소프트뱅크 그룹은 자체 AI모델을 구축해 라인, 야후, 페이페이 등 IT 망을 활용해 서비스를 하려고 계획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라인야후의 해외 사업을 떼어내는 것은 받아들여고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 얼키고설킨 사업부를 떼어내는 작업은 매우 오래 걸릴 수 있다. 라인야후 밑에 종속기업만 119개사, 관계기업만 38개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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