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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원통하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 20세 아들 군에서 다쳤는데…軍 ‘잘못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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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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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20살 병사가 군에서 발생한 차량 배터리 폭발 사고로 얼굴을 다쳤지만 군 당국과 배터리 제조사가 모두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이 피해자가 일단 자비를 들여 치료받는 일이 발생했다.

1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30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육군 모 부대 내에서 군용차 배터리가 폭발했다.

이 사고로 파편이 튀면서 당시 자대 전입 2개월차 일병이었던 A(20) 상병이 각막·입술·뺨 등 얼굴 여러 부위를 다쳤다.

A 상병은 2.5t 군용차의 폐배터리를 창고로 옮겨 내려놓는 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A 상병은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졌다가 민간병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각막에 들어간 이물질을 제거하는 치료를 받았다. 입술과 뺨 등이 찢어져 봉합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여전히 흉터가 남아 추가로 원상 복구를 위한 성형외과 치료를 받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는 배터리를 자체 수거해 자체 조사를 진행했으나 하자가 확인되지 않아 보상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제조사 측은 “정전기가 쉽게 일어나고 환기가 잘 안되는 철제 컨테이너가 폐배터리 보관 창고였다”며 “이동 과정에서 배터리에 충격이 가해지면서 정전기와 함께 폭발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추정하면서 군의 안전 관리 부실을 주장했다.

군은 A 상병이나 부대 차원의 잘못은 없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조사 측 분석과 달리 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는 셈이다.

육군본부는 지난달 전공상심사위원회를 열어 A 상병이 ‘공상’(군 복무 중 다침)에 해당한다고 결정했고 사고 초기 발생한 치료비도 지원했다.

다만 부상 치료를 넘어서는 흉터 제거 진료 등에 대해서는 비급여 항목으로 판정될 경우 규정상 지원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는 사이 A 상병은 복무 중 이따금 외출해 사비로 흉터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치료비로 사비 100만원을 썼고, 향후 700만 원 이상 비용이 예상된다고 한다.

A 상병은 추후 군에 치료비를 청구해 지원 가능 여부에 대한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A 상병 부친은 연합뉴스에 “앞으로도 사비를 들여야 하는 데다가 흉터가 완전히 제거될지도 미지수”라며 “아들이 20대로 한창 외모에 신경 쓸 때인데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부대가 안전 장비도 없이 위험한 일을 시켜 놓고 모른 척하는 게 원통하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말했다. A 상병은 사고 당시 보안경 등 보호장구를 지급받지 못했다.

육군은 향후 A 상병이 진료비를 청구할 경우 관련 법규에 따라 지원하고 유사 사고 예방을 위해 폐배터리의 안전한 취급 및 보관 지침을 하달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제조사는 취재가 시작되자 A 상병 측이 제기할 수 있는 국가배상 소송 등과 무관하게 "치료비 등을 위로 차원에서 지원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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