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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EV9' 타는 박상규 SK이노 사장…"전기차 배터리 성과"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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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CEO(최고경영자)들에 업무용 차를 지급하는 기준이 딱히 없다. 일정 비용만 지원할 뿐, 어떤 차량을 선택할 지는 자유다. 다만 대체로 대형 세단인 '제네시스 G90'을 선택한다고 한다. 이러한 분위기는 SK그룹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도 비슷하다. 이런 맥락에서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의 선택은 색다르다. 지난해 말 취임하면서 업무용 차로 전기차 'EV9'을 택했다. EV9은 올해 출시된 기아의 준대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자동차)다. G90과 같은 대형 세단과 거리가 먼 모델이다.

박 사장이 'EV9'을 타는 것에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는 해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사업을 하는 SK에너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하는 SK온 외에 SK엔무브(윤활유), SKIET(분리막), SK지오센트릭(석유화학) 등을 자회사로 둔 SK그룹 주력사다. 큰 틀에서 '정유'라는 캐시카우를 발판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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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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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배터리 사업 육성의 길이 쉽지 않다. SK온의 경우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업황 부진이란 큰 산을 맞닥뜨렸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331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판매량이 줄어 공장 가동률이 떨어졌다. 인건비·임대료 등 공장 관련 고정비 지출은 계속된 결과다. 손실을 보는 상황에서 빚을 내 설비투자를 지속해 온 여파도 만만치 않다. SK온은 지난해 4698억원에 달하는 이자비용을 부담했다. 그렇다고 투자를 멈출 수도 없다. SK온은 올해만 7조5000억원 규모 설비투자를 계획했다.

올 들어 눈에 띄게 줄어든 SK온의 시장 내 존재감도 뼈아프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K온의 배터리 사용량은 7.3GWh로 전년동기 대비 8.2% 감소했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의 배터리 사용량이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이러한 비우호적 상황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 SK그룹이 배터리 사업을 정리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SK그룹이 올해 그룹 내 사업을 점검하고 최적화하는 '리밸런싱'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것도 이런 관측에 한몫했다. SK네트웍스 사장 시절, 사업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한 성과를 낸 박 사장의 이력도 이러한 시각에 힘을 실었다. 박 사장 역시 취임 직후부터 △현재까지의 성과 △앞으로의 전망 △수익성 △경쟁력 △리스크 등 관점에서 SK이노베이션 사업 포트폴리오를 점검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박 사장은 배터리 사업 육성 의지를 담은 메시지를 내기 시작했다. 박 사장은 임직원들과 가진 릴레이 워크숍에서 "최근 전기차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기차로의 트렌드는 바뀌지 않을 예정된 미래다", "기업 경영은 2~3년이 아니라 5~10년 앞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 "전략적 방향성은 맞다는 확신이 있다",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 등의 발언을 했다.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섬유에서 석유까지'라는 수직계열화를 10여년이 넘게 고투한 끝에 이뤄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를 배터리 사업에 대입하면 SK온뿐만 아니라, SKIET와 같은 소재 사업도 지키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SK온과 SKIET 사명을 직접 언급하며 "마라톤으로 치면 35㎞ 지점쯤에서 오르막을 마주하고 숨가쁘게 달려가고 있는 상황과 유사하다"며 "다른 경쟁자들도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현재 SK온은 올 하반기 손익분기점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당초 올해 연간 흑자를 달성하고, 2026년 IPO(기업공개)를 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 여파로 조정을 했다. 올 상반기는 5000억~6000억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아직 연간 흑자전환 목표 시점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차질없이 IPO를 하려면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IPO가 늦어질수록 SK이노베이션의 재무부담은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박 사장이 배터리 사업에 강력한 의지를 비친 만큼, SK온의 실적 개선 IPO 성공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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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기아는 오는 8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EV 트렌드 코리아 2024’에 참가해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의 경험을 선보인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기아 전시관에 전시된 EV9. (기아 제공) 2024.3.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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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리 기자 mil05@mt.co.kr 이세연 기자 2count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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