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밀 수확량 '양호 상태' 겨우 45%…지난해 같은 달比 반토막
"영국 전역 농부들 정신적, 재정적, 생태적 위기 처한 한 해"
영국 런던 다우닝가에서 스티브 바클레이 환경부 장관이 총리관저를 나서고 있다. 2023.11.22/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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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에서 이례적으로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농부들이 생업을 포기할 지경에 내몰리고 있다고 농업단체들이 경고했다.
9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농업·원예개발위원회(AHDB)와 토양 협회는 기후 위기로 인한 기상 악화로 작황이 나빠져 많은 농업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토양 협회 대표인 헬렌 브라우닝은 "많은 농부가 생계의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다른 일을 하면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농사를 관두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잉글랜드 남부 윌트셔에서 축산업과 경작 농장을 운영하는 브라우닝 대표는 "경제적으로 현명하다면 농사를 짓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발언은 제2회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Fork Summit)' 연례 회의를 앞두고 싱크탱크 에너지기후정보유닛(ECIU)이 실시한 브리핑에서 나온 것이다.
오는 14일로 예정된 연례 회의에는 리시 수낵 총리도 참석할 예정이다.
해당 회의에서는 지난 12개월 동안 농장 5곳 가운데 4곳꼴로 영향을 미친 극심한 습한 날씨 대응과 영국의 미래 식량 안보가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은 지난해 9월 이후 11개 폭풍우를 겪었고 1836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지난 18개월 동안 가장 습한 날씨를 경험했다.
톰 클라크 농업·원예개발위원회(AHDB) 이사는 "올해 농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악천후였다"며 "많은 농장에서 밭이 침수돼 작물을 적게 심거나 아예 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 전역의 농부들이 정신적으로 힘들어할 뿐 아니라 재정적, 생태학적으로도 정말 위기에 처한 한 해였다"고 설명했다.
잉글랜드 중동부 케임브리지에서 밀과 설탕 등의 작물을 재배하는 클라크 이사는 "비로 인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밭에서 거둬들일 작물이 없을 정도로 작황이 좋지 않았다"며 "심은 작물 가운데 상당수가 피해를 보았다"고 토로했다.
농업·원예개발위원회(AHDB)가 지난 3일 발표한 4월 경작 작물 보고서를 살펴보면 영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작물 상태가 지난 3월보다는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잉글랜드 남부와 스코틀랜드 북부는 비교적 나은 상태지만 잉글랜드 중부 지역과 요크셔를 포함한 북동 지역은 최악의 작황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적으로 지난달 밀 수확량 가운데 오직 45%만 양호한 상태로 평가됐다. 이는 지난 3월 밀 수확량 가운데 양호 평가를 받은 비율(34%)보다는 증가한 것이지만 지난해 4월(88%)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영국 농업계에서는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EU)에서 지원하던 기본 지불제 보조금이 단계적으로 폐지되는 것에 대한 반대와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지속 가능한 농업 인센티브 보조금으로 대체하고 정부와 의회에서도 지원금을 보장한다고 했지만 정작 시행은 계속 지연되는 상황이다.
스티브 바클레이 영국 환경부 장관은 이날 케임브리지 대학 농장에서 열린 '트랜지션 라이브' 행사에 참석해 농업인들을 위한 정부 지원방안을 설명했다.
바클레이 장관은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올해 평균 강수량이 60% 높고 이는 기상 측정 이래로 두 번째로 습한 겨울"이라며 "지나친 강우로 인해 큰 피해를 본 농가에 작물 복구 지원금을 확대하고 가장 필요한 곳부터 지원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tigeraugen.c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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