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액 주사를 맞는 환자. 사진 pixab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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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로나19 엔데믹 등으로 비급여 진료를 받는 발길이 잦아지면서 실손의료보험 적자가 약 2조원까지 다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비급여 주사'가 독감 유행, 무릎 줄기세포 주사 등을 타고 비급여 보험금 지급 확대를 주도했다.
10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실손보험 사업실적(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의 보험 손익은 1조9738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실손보험 손익은 보험료 수익에서 발생 손해액과 실제 사업비를 뺀 액수다. 2022년(-1조5301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4437억원 늘었다. 적자 폭은 2021년 2조8581억원에서 2022년 1조 원대로 크게 줄었다가 지난해 다시 2조원에 육박한 양상이다.
이는 2022년 백내장 보험금을 통원 보장 한도로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 등으로 줄었던 '과잉진료' 가입자가 지난해 엔데믹을 타고 다시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부 의료기관도 환자들에게 실손보험을 내세워 영양주사를 비롯한 비급여 진료를 받도록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실손보험의 비급여 지급 보험금은 8조126억원으로 2021년(7조8742억원), 2022년(7조8587억원)보다 늘었다.
김영옥 기자 |
비급여 보험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비급여 주사료(28.9%)였다. 2022년까진 2위였는데, 지난해 도수치료 등 근골격계 질환 치료를 제치고 1위로 '예상 밖'의 자리바꿈을 했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독감이 크게 유행하면서 비급여 수액 주사제 등을 많이 처방 받은 데다, 무릎 줄기세포 주사 등 새로 출현한 비급여 청구도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신의료기술 등을 활용한 신규 비급여 항목이 꾸준히 생기는 만큼 앞으로도 비급여 주사 비중이 계속 높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형 손보사 4곳(삼성·현대·DB·메리츠) 자료에 따르면 독감 관련 비급여 주사 실손 보험금 지급액이 지난해 484억원으로 전년(39억원) 대비 약 13배 뛴 게 이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영옥 기자 |
지난해 실손보험 경과손해율(발생손해액/보험료수익)은 103.4%로 1년 새 2.1%포인트 올랐다. 그만큼 보험사들이 실손으로 떠안는 손해가 커졌다는 의미다. 세대별로는 3세대(137.2%)의 손해율이 가장 높고, 4세대-1세대-2세대가 뒤를 이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3세대 실손은 2017년 출시 후 보험료가 장기간 묶여 있던 여파로 상대적으로 손해율이 많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손보험은 지난해 말 기준 3997만명이 가입할 정도로 '제2의 건강보험'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가입자의 '의료쇼핑'에 따른 비급여 보험금 지급이 비정상적으로 늘면 다른 가입자도 보험료 인상 등 피해를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이번 주 출범한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연말까지 실손보험 개선책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보험금 누수 방지, 선량한 계약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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