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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기자수첩] 왜 진작에 이런 기자회견 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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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두 번째 열린 기자회견에선 질문 기회를 얻으려는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사회자의 “다음 질문받겠다”는 말이 끝나기도 전, 수십 명이 손을 번쩍 드는 모습이 73분 회견 내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6번째 질문은 한겨레신문 기자가 했다. 이날 아침 자 1면 톱기사로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서 대통령실 관여 정황이 짙어졌다’는 내용을 다룬 언론사다. 한겨레 기자는 질문 기회를 얻자 해병대원 순직 사건으로 공수처 수사를 받는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주호주 대사로 임명한 이유를 물었고, 대통령 답변이 이어졌다.

모든 언론의 공통 사명 중 하나는 권력 감시다. 하지만 정권마다 자신들에게 더 비판적이라고 여기는 언론사가 있었다. 아마 현 정권이 한겨레신문에 대해 갖는 느낌은 문재인 정권이 조선일보에 대해 느낀 그것과 비슷할지 모른다. 하지만 문 대통령 재임 중 기자회견에서 조선일보는 질문 기회를 얻어 ‘불편한’ 질문을 했다. 윤 대통령도 2022년 11월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 때 MBC 기자의 항의성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이를 끝으로 도어스테핑은 중단됐다.

22대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했음에도 언론이 대통령 기자회견에 관심을 갖는 것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가진 메시지 파워 때문이다. 기자회견은 대통령이 국민과 야당을 설득하고 자신에 대한 비판을 누그러뜨리는 기회의 장일 수 있다. 이날 윤 대통령 기자회견을 다룬 기사에는 “왜 회견을 진작에 하지 않았느냐”는 취지의 댓글이 많이 달렸다. 윤 대통령은 이날 그간 연설 때와 달리 “많이 부족했다”며 한껏 자세를 낮췄다. 출입 기자들도 윤 대통령이 입장할 때 기립해서 국가원수에 대한 예를 갖췄고, 공격적인 질문을 하면서도 정중함을 잃지 않았다. 회견을 끝내면서 “앞으로 이런 기회를 더 자주 만들겠다”고 한 윤 대통령 약속은 국민은 물론 윤 대통령을 위해서도 지켜졌으면 한다.

[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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