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홍 기자 |
고금리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대출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8일 5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에 따르면, 개인사업자(소호) 대출 총액 중 1개월 이상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한 연체금액은 올 1분기(1~3월) 말 기준 1조356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말(9870억원)보다 37.4% 급증했다. 같은 기간 대출 총액이 314조6860억원에서 322조3690억원으로 2.4%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연체금액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른 셈이다. 5대 은행 평균 연체율은 0.42%로, 전년(0.31%)에 비해 높아졌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의 개인사업자 연체금액은 올 1분기 말 264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말(1730억원)에 비해 52.6% 늘었다. 연체율도 0.20%에서 0.29%로 높아졌다. 신한은행은 2150억원에서 2660억원으로 23.7% 늘었고, 하나은행은 2410억원에서 2770억원으로 14.9% 상승했다. 연체율은 각각 0.40%, 0.47%다. 우리은행도 올 1분기 말 연체금액이 2030억원으로 1년 전(1650억원)보다 22.7% 늘어 연체율이 0.40%로 집계됐다. NH농협은행은 1930억원에서 3460억원으로 79.3% 불면서 연체율이 0.63%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저금리로 받았던 대출의 만기가 도래하는 가운데, 고금리 상황을 버티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액수가 비교적 큰 임대 사업자 대출 등의 연체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연체 규모는 당분간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영업자 중에는 3곳 넘는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 다중채무자 수는 173만1283명으로 전체 개인사업 대출자 가운데 51.5%를 차지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높은 대출금리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영업자의 소득 여건 개선이 지연되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부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상당수 전문가는 사업성이 뛰어난 우량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버티면 재기할 수 있는 차주에겐 시간을 벌어주고, 버틸수록 적자가 쌓이는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는 폐업비용 지원 등으로 구조조정을 돕는 등 여러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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