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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연합시론] 정부는 '증원 회의록' 공개하고 의료계는 현장 복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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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의정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내원객이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2024.5.8 nowwego@yna.co.kr


(서울=연합뉴스) 법원이 의대 2천명 증원과 대학별 배분 결정의 타당성을 따지기 위해 정부에 각종 근거 자료를 요청하자 정부와 의료계가 회의록 존재 여부 등을 놓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운영한 회의체 또는 협의체는 의료현안협의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전문위), 정원배정심사위원회(배정위) 등이다. 이 중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라 회의록 작성 의무가 있는 기구는 보정심뿐이다. 그러나 의대 증원 문제와 같은 사회적으로 중차대하고 이해관계가 첨예한 정책을 결정할 때는 모든 회의 내용을 비공개로라도 기록으로 작성해 일정 기간 보관하는 게 상식이다. 추후 유사한 정책 판단을 하거나 법정 공방이 벌어졌을 경우를 대비해서도 그렇다.

그런데 정부의 오락가락한 설명이 의료계 반발과 국민적 의구심을 자초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법적으로 당연히 있어야 할 보정심 회의록에 대해 "있는지 확인해보겠다"고 애매하게 말했다가 이틀 뒤에야 "있다"고 했다. 전문위 회의록은 처음엔 "없다"고 밝혔으나 나중에 "있다"고 번복했다.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록은 대한의사협회와 협의해 별도 회의록을 남기지 않기로 합의했고 보도자료와 브리핑으로 대신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또한 배정위와 관련해 "회의록이 있다"→"회의록 존재 및 제출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주요 내용이 적힌 요약본은 있다"는 식으로 말이 바뀌었다. 급기야 "소송 중이라 회의록 유무를 밝힐 수 없는 이유도, 입장을 바꾼 이유도 알려줄 수 없다"고 한다.

정부는 각종 회의 내용과 결정 과정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충분히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통해 정책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대국민 담화에서 의사단체 등과 37차례 증원 문제를 협의했다고 밝혔다. 국민도 이를 믿고 정부의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 개혁 방침에 압도적으로 찬성했다. 그러나 정부의 갈팡질팡한 행보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의료계는 뒤늦게 회의록을 만드는 게 아니냐며 진위까지 의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뿐 아니라 국민도 자세한 내막을 알 권리가 있다. 동네 반상회나 초등학교 학급 회의도 회의록은 남긴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회의 참석자 보호 차원에서 명단을 가리는 방법도 있다.

의료계는 즉시 수술실과 진료실로, 의대생들은 강의실로 복귀해 법원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근무지를 이탈한 지 12주를 넘기면서 의료 현장은 빈사 상태다. 사법기관으로 공을 넘긴 건 의료계다. 정책 결정 과정이 적절했는지는 법원이 판단할 몫이다. 정부 관료들의 법 위반 여부나 회의록의 진위가 문제가 된다면 수사기관이 들여다볼 것이다. 법원에서 효력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면 정부는 증원 정책을 밀어붙이기는 사실상 어렵다. 반면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준다면 의료계는 집단행동을 지속할 명분이 없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미리 환자 곁으로 가 있어야 바닥에 떨어진 국민 신뢰를 되찾는 기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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