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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고엽제 피해 가정의 비극…'부양 부담' 일가족 3명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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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서 정신지체장애 어머니·아들·딸 유서 남기고 세상 등져

아버지 월남전서 고엽제 피해로 장애 겪다 20여년 전 사망

어머니·딸 병원 신세 잦아…아들 주변에 "힘들다" 토로

노컷뉴스

7일 오후 정신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60대 어머니와 40대 남매 등 일가족 3명이 숨진채 발견된 충북 청주시 청원구의 한 가정집. 최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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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 피해로 장애를 갖게 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돼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8일 오전 찾은 충북 청주시 청원구 정하동의 한 작은 마을.

10가구가 조금 넘는 이 마을에서는 전날 오후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돼 내내 마을 전체가 뒤숭숭하기만 했다.

전날 방에서 숨져 있는 60대 어머니 A씨와 40대 남매가 지인에 의해 발견된 건데, 이들 주변에서는 장례를 부탁하는 유서도 남겨 있었다.

이들은 모두 장애를 앓고 있다.

어머니 A씨를 제외한 남매는 1960년대 베트남전쟁 당시 국군으로 참전한 뒤 고엽제 피해 후유증으로 장애를 갖게 된 아버지로부터 다시 장애를 물려받았다는게 마을 주민들의 설명이다.

그러다 가장인 A씨의 남편이 20여년 전 끝내 세상을 떴고, 이들 가정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매달 200여만 원의 지원금으로 생활해 왔다.

마을 주민 B씨는 "아버지가 월남전 참전한 뒤 고엽제 피해를 입었다"며 "아들과 딸도 고엽제 피해로 장애를 갖고 나라에서 주는 지원금으로 생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아버지의 참전이나 고엽제 피해 기록이 없어 관련 지원은 없고, 생계나 장애수당 등이 지급돼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경제 활동을 할 처지도 아니었다. 지능이 일반인에 비해 다소 떨어졌고, 거동마저 불편했다. 어머니와 딸의 정신지체 장애는 1급 정도, 아들은 3급 정도였다.

이들 가운데 딸의 건강 상태가 가장 나빴다. 수시로 병원 신세를 졌고 짧게는 보름, 길게는 2달 가까이 입원하는 경우가 잦았다.

지난해 말 지자체에서 장애인 요양보호 신청을 권유했지만, 이들 가정은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들은 그나마 대화나 거동이 자유로웠지만, 직장은 없었다.

특히 아들은 최근 2~3년 새 건강이 악화한 가족들을 부양하는데 큰 부담을 안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주변에 가족들을 돌보는 게 힘들다는 말을 종종 했고, 지난 어린이날 연휴 때는 인근 식당에서 담배를 구입한 뒤 '마지막 담배'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마을 주민들에게 이들은 그저 평범한 가족이었다.

지난 주말(4일) 친척집 경사가 있을 때 만해도 별다른 이상징후는 없었다.

이들이 함께 숨졌다는 사실은 마을 주민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한 주민 C씨는 "며칠 전에도 A씨가 우리 집에 들러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며 "요즘에는 이웃들끼리 예전처럼 많은 왕래를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A씨 가정에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7일) 오후 5시 10분쯤 청주시 청원구 정하동 한 가정집에서 60대 어머니 A씨와 40대 남매가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은 침입 등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아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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