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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드론으로 바라보는 세상

조종자 시야 벗어나면 불법 … 자율비행 기능 ‘있으나 마나’ [심층기획-드론산업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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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규제 대못’에 날개 접힌 드론산업

서울·수도권에 비행금지구역 수두룩

“드론 낚시 체험하러 동해안까지 가야”

야간비행 승인받는데 최소 한달 걸려

법 적용·관리체계 일원화 목소리 높아

日선 주거지역 상공 ‘레벨4’ 운항 허용

지진 피해주민 구조 등 다양하게 활용

정부, 야간·비가시권 특별비행승인 등

규제혁파 과제 40개 선정해 개선 나서

“주한미군이 운영 중인 전북 군산공항에서 반경 20㎞ 내에서는 화재 등 비상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미군의 사전 승인을 얻지 못하면 화재 진압용 드론을 띄울 수 없습니다.”

전북지역 일선 소방서 관계자는 재난 대응과 배송 등에서 드론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드론 상용화를 위해선 갈 길이 멀다고 단언했다. 그는 “사전 비행 승인을 받아야 하는 민간과 달리 소방 드론의 경우 특례를 적용받지만, 군사시설 인접지의 경우 예외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촌각을 다투는 재해·재난 대응의 경우 관계 당국의 승인을 받기까지는 수일이 소요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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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ban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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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 및 드론 업계 관계자들은 드론 산업 정착을 가로막는 다양한 현실적 규제와 어려움이 상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지나친 드론 비행 금지·제한구역에 관한 규제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6일 항공안전법에 따르면 테러 등 위협에서 국가중요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공항 주변지역(반경 9.3㎞)이나 휴전선 인근 지역 등에 비행제한구역이 지정돼 있다. 일반인이 관할 지방항공청 승인 없이 금지·제한 구역에서 드론을 날릴 경우 최대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비교적 소형 드론인 레저용이나 지자체가 운용하는 공익 목적의 드론에 대해서는 현행 비행 사전 허가제를 신고제로 변경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군사시설이 많은 강원도에서도 국방부 승인을 받아야 드론을 띄울 수 있는 지역이 너무 많아 드론을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한다. 남일수 아이(AI)드론교육원 원장은 “민간에 공개되지 않은 군사시설도 많다 보니 별다른 걱정 없이 드론을 날렸다가 추후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남 원장은 “드론을 이용한 영상이나 사진 촬영이 문제가 된다면 공유하지 않는 선에서 허가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야간비행 허가를 유연화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야간비행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접수 후 승인을 받는 데까지 최소 한 달이 소요된다.

드론을 활용해 야생동물이나 자연재해·사회재난 안전관리를 하는 데 현실적 제약이 많다는 지적이다. 서경필 마린로보틱스 이사는 “특정한 장소에서 사고에 대한 위험성이 없을 경우 야간비행의 사전 승인을 간소화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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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시에서 지난해 10월 ‘주소기반 드론 배송’ 시범사업이 진행된 가운데, 이용객이 드론을 이용해 배송한 물품을 직원으로부터 건네받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드론 관련법 일원화해야”

드론 배송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행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재 드론 배송은 드론법, 항공산업안전법, 전파법, 의료법, 생활물류법, 약사법 등의 적용을 받는다. 드론 배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법 적용과 관리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일례로 약사법은 비대면으로 약물 처방을 받아 배송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드론을 통한 의약품 배송이 현행법상 위법행위인 셈이다. 긴급 물품 배달이 필요할 경우에도 드론은 가시거리 확보 상황에서만 비행이 가능하다. 자율주행 시스템을 갖춘 드론일지라도 규제 때문에 야간에는 물품을 배송할 수 없는 셈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비행금지 구역이 많아 드론을 대중화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구 절반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데, 이들이 드론을 즐기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드론산업진흥협회 관계자는 “드론 낚시를 체험하려 하더라도 한강이 아닌 동해안까지 이동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무기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드론을 보면 즉시 신고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서울 일부 구역에 어린이들이 드론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늘리고, 안전한 곳에서 드론이 날아다니는 모습이 대중화된다면 불안감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봉섭 부산시 미래형자동차항공팀장은 “드론 비행 금지 및 사전승인 절차 등 관련 법령들의 일률적인 정비가 시급한 실정”이라며 “원스톱 서비스 반영 등을 통한 절차 간소화와 배송서비스 등 반복되는 비행의 경우 드론 비행 허가시간을 길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물론 규제 이외 기술력의 한계도 존재한다. 경북지역 한 드론업체 관계자는 “구조·구급과 산불 현장에 드론이 많이 쓰이는데 매뉴얼상 보통 40분 정도 비행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절반인 20분 정도밖에 날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드론은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며 “초속 10m의 바람이 불면 드론을 멈추라고 하지만 현장에선 초속 5~6m의 바람만 불어도 드론을 철수시키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우천 등 기상 상황이 악화했을 때도 마찬가지라는 게 이 관계자 설명이다. 구조 현장 투척용 대형 드론 기기나 야간 비행용 적외선 드론 등 성능 개선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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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드론 규제’ 40개 혁파한다

드론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와 관련해 일본의 예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드론 개발, 운용 등과 관련한 규제들을 혁파하며 활용 폭을 넓혀 왔다.

2022년 12월 도시지역을 포함한 주거 지역 상공에서 조종자 시야를 벗어나 운항하는 ‘레벨4’ 운항을 가능하게 한 것이 대표적이다. 개정된 항공법이 시행됨에 따라 이전까지는 불가능했던 조종자의 시야를 벗어나 주거 지역으로 비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올해 1월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한 혼슈섬 노토반도 지역에서 피해 조사 및 수습, 주민 지원, 구조 등에 드론이 다양하게 활용된 것을 두고 이때의 법개정 영향이 컸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수중 드론’이라고 불리는 ‘자율형 무인탐사기’의 국산화 전략 일환으로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가 갖고 있는 드론 작동 제어 소프트웨어 기술을 공개해 민간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드론 운용 시 고속통신규격 5G 휴대전화 회선 사용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드론이 보내는 데이터의 양을 늘리고,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여러 대의 드론을 동시에 조종할 때는 5G를 활용하는 것이 안전성이 높다는 장점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부는 드론이 이용하는 주파수대나 전파 출력 범위를 좁혀 통신장애가 발생하는 걸 막는 방법을 개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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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드론 제작 실습을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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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도 본격적인 드론 규제 혁파에 나서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 드론 산업 발전을 위한 ‘선제적 규제혁파로드맵 2.0’을 발표하고 40개 과제를 선정했다. 2019년 발표한 ‘규제혁파로드맵 1.0’에서 제시한 15개 진행과제에다 25개 신규과제를 더했다.

규제혁파 과제에는 야간·비가시권 특별비행승인, 안전성인증의 간소화 등이 포함됐다. 국토부는 규제에 가로막혀 사업화가 어려웠던 의약품 배송 등도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술발전에 뒤처진 낡은 규제를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드론특별자유화구역’도 29개 구역에 18개 구역을 추가해 올해 7월부터 47개 구역으로 확대 운영한다. 이 구역에서는 규제 없이 자유롭게 드론 산업을 실증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적극적 규제개선과 함께 산업계와의 지속적인 소통으로 국내 드론산업 발전정책을 유연성 있게 끊임없이 보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기자, 전주=김동욱 기자, 전국종합, 도쿄=강구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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