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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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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21 기술 빼가려던 인니, 개발 분담금 ‘1조 먹튀’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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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3분의 1만 내겠다”

조선일보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방위사업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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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가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기술 유출 혐의로 자국 기술진이 조사를 받는 와중에 ‘분담금은 덜 내고 기술이전을 덜 받는 안’을 우리 정부에 제안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당초 합의한 금액의 3분의 1 정도인 6000억원만 납부하겠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올 초 기술 유출 의혹이 터진 이후 우리 정부에 미납 분담금 중 1000억원을 추가로 건네며 ‘덜 내고 덜 받는’ 안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한다. KF-21 핵심 기술을 상당 부분 이미 빼내 ‘기술 먹튀’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날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기술 유출 시도가 적발된 이후 인도네시아 측에서 ‘덜 내고 기술이전 덜 받는 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6년 KF-21 공동 개발을 결정하면서 전체 개발비 8조8000억원의 약 20%인 1조7000억원을 개발이 완료되는 2026년 6월까지 부담하기로 했다. 이 금액은 이후 1조6000억원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인도네시아가 지난해까지 납부한 금액은 약 2800억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최근 기술 유출 의혹이 불거지자 1000억원을 추가로 내며 “최종적으로 6000억원만 내는 대신 기술이전을 덜 받겠다”는 주장을 펼치고 나선 것이다. 지금까지 낸 3800억원에 추후 2200억원을 더 내 6000억원을 채운 뒤 한국과의 거래를 끝내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인도네시아가 분담하기로 했다가 내지 못하는 1조원의 비용은 추가 확보해야 한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떠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그래픽=박상훈


앞서 지난 1월 17일 KF-21을 개발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파견돼 근무하던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이 회사 밖으로 KF-21 관련 내부 자료가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를 가지고 나가려다 적발됐다. 이 사실은 언론을 통해 지난 2월 알려졌다. 해당 직원들은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KAI 측에서는 기술 유출 의혹이 제기된 이후 줄곧 “핵심 기술은 전혀 유출되지 않았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기술진이 조직적으로 다년간 기술 유출을 해왔을 경우 상당 분량의 자료가 이미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나온다.

군 정보 소식통은 “지난 정부에서부터 인도네시아가 미납금을 낼 때까지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을 업무에서 배제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인도네시아와의 외교 관계, 향후 방산 수출 확대 가능성 등을 고려하다가 일을 키운 면이 있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제안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아직 최종 결정을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방산 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가 당초 논의됐던 대로 KF-21 40여 대를 구입해야 단가가 낮아지는 만큼 인도네시아와의 공동 개발 자체를 철회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군 정보 보식통은 “KF-21 공동 개발에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협의가 진전된 것은 없다”고 했다. 인도네시아가 주장하고 있는 ‘덜 내고 덜 받는’ 안은 방위사업청의 최종 검토 이후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려 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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