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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민주당 “운영위도 갖겠다” 尹 정조준… 원 구성 협상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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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원내대표가 맡았던 운영위원장...민주당 차지 시 헌정사상 처음
與 내부서도 "전략용일 것" "진심인 듯"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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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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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모두 맡겠다고 나섰다. 특히 집권 여당이 내준 전례가 없는 국회 운영위까지 요구해 그 배경을 놓고 평가가 분분하다. 원 구성 협상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선출된 직후 '책임 있는 국회 운영'을 강조하며 17개 국회 상임위 가운데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콕 집었다. 두 자리에 정국 주도권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법사위는 체계·자구 심사권을 근거로 다른 상임위에서 의결된 법안을 사실상 재심사하는 관문 역할을 한다.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주면 민주당이 추진하는 입법 과제에 발목이 잡힐 수 있어 총선 민심에 역행한다는 게 민주당의 논리다.

하지만 관행과는 거리가 있다. 2004년 17대 국회부터는 국회 다수당, 즉 국회의장 배출 정당이 아닌 다른 정당에서 법사위원장을 맡았다. 다수당의 입법 독주를 막기 위해서였다.

물론 예외도 있었다. 2020년 21대 전반기 국회에서 당시 다수당인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갔다. 원 구성 협상 결렬로 민주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결과였다. 다만 입법 독주에 따른 역풍이 불면서 2년 뒤 21대 후반기 국회에서는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넘겨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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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재옥 운영위원장이 회의를 시작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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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원내대표가 맡았던 운영위원장...민주당 차지 시 헌정사상 처음


운영위원장 카드는 의외의 승부수다.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담당하는 상임위로, 대통령과 관련한 주요 현안에 대해 대통령실 참모 등 관련 증인을 부르거나 회의를 열 수 있다. 역대 국회에서는 국정 안정을 위해 예외 없이 집권 여당 원내대표가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에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이번에 민주당이 운영위원장 자리를 가져가면 헌정사상 첫 사례가 된다. 국민의힘은 이를 윤석열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본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역술인의 대통령 관저 이전 개입 의혹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등 현안에 대한 운영위 전체회의 소집을 요구했으나 여당 소속 운영위원장에게 번번이 가로막혔다. 그래서 설욕을 벼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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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국회의장 법사위원장 운영위원장. 그래픽=신동준 기자


與 내부서도 "전략용일 것" "진심인 듯" 분분


반대로 여당도 운영위원장을 내줄 수 없다. 민주당이 고집한다면 원 구성 협상은 깨지기 마련이다. 이에 관측은 엇갈린다. 원내 협상 경험이 많은 국민의힘 의원은 5일 본보 통화에서 "민주당이 '운영위원장은 포기할 테니 법사위원장만은 가져가겠다'는 명분을 만들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며 "운영위원장 요구가 진심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박찬대 원내대표가 운영위를 포기하면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과 강성 지지층이 그를 가만히 두겠느냐"면서 "엄포는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원 구성 협상이 결렬되면 결정권은 과반 의석을 점한 민주당이 쥔다.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원장은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선출된다. 압도적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국회의장이 협조하면 모든 상임위원장을 독식할 수 있는 구도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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