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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美대학 '반유대시위' 확산…하마스 개입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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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탠퍼드대에 등장한 한글 3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 화이트 메모리얼 분수대 앞 잔디밭에 들어선 반(反)이스라엘 캠프를 찾았다. 수십 개 텐트와 반전 현수막이 설치된 가운데, 한국계 학생들이 적은 것으로 추정되는 한글 문구가 보인다. 스탠퍼드 이덕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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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이스라엘 시위는 아랍계나 무슬림이 주도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과 다릅니다. 유대계부터 중국계·한국계 학생들까지 전쟁에 반대하는 다양한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어요."

미국 서부 최고 대학 중 하나인 스탠퍼드대. 3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의 중심부인 화이트 메모리얼 분수대 앞 잔디밭을 반이스라엘 시위대의 텐트 20여 개가 점거하고 있었다. 이곳은 대학 내에서도 가장 많은 학생이 지나가는 곳으로, 관광객도 가장 많이 찾는 '스탠퍼드대 서점' 바로 앞이다.

평소에는 학생들이 한가롭게 누워 햇볕을 쬐던 공간이 지금은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대의 현수막으로 가득 찼다. 이곳에서 만난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여학생 A씨는 팔레스타인과 관련된 아랍계나 무슬림뿐만 아니라 백인과 흑인, 아시아계까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독교인 팔레스타인 학생도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시위는 무슬림과 기독교 간 충돌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시위 현장에서는 '강에서 바다까지 팔레스타인 해방'이라는 한글로 쓴 구호도 발견할 수 있었다. A씨도 싱가포르에서 온 중국계 미국인이다.

A씨는 "지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박해하는 것은 일본이 한국을 지배하며 핍박했던 것과 비슷하다. 일본 때문에 한국이 둘로 나뉜 것처럼 팔레스타인도 쪼개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탠퍼드대는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났을 때 가장 먼저 반이스라엘 캠프를 설치한 곳"이라면서 "120일 만에 물러났지만 동부 컬럼비아대나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도 우리에게 자극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반이스라엘 캠프 정면에는 친(親)이스라엘 캠프가 세워지기도 했다. A씨는 캠프에서 계속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학교가 우리를 징계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름을 밝힐 수 없다"면서 시위에 참여하는 다른 학생들에게 마스크를 나눠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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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대 졸업식 돌발시위 4일(현지시간) 미시간대 졸업식에서 학사모와 케피예를 착용한 학생들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돌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번주부터 미국 주요 대학의 졸업식이 줄줄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반전 시위 확산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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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는 대학이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에 대한 책임이 있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 측은 전쟁과 관련이 있는 기업에 직접 투자는 하지 않는다면서 교내 야영이 금지라는 이유로 시위대에 대한 징계를 준비하고 있다.

스탠퍼드대는 화이트 플라자에서 하마스 조직원이 착용하는 녹색 머리띠를 한 개인의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유포되면서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스탠퍼드대는 공식 성명을 내고 이 사진을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 지역의 또 다른 유명 대학인 UC버클리에서는 반이스라엘 시위대와 친이스라엘 단체가 충돌하는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스탠퍼드대에서는 컬럼비아대나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처럼 무력충돌이 일어나거나 경찰의 강제 연행이 벌어지고 있지 않지만, 시위대에 대한 위협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국인 유학생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스탠퍼드 의과대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고 있다는 B씨는 "지금까지 시위는 일부 학부생이 참여하는 것이었고 대학원생들과는 무관했다"면서 "하지만 미국 전역에서 학생들이 연행되고 화이트 메모리얼 분수대 앞에 캠프가 설치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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