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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공장 증설중인데 주문 '뚝'… K배터리, 보상금으로 적자 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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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로에 선 전기차 배터리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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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업계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일제히 보상금 협상을 벌인 이유는 작년 하반기부터 전기차 수요가 급격히 둔화되면서 큰 손실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5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국내 배터리 3사는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들과 최소 구매 물량 미달분에 따른 보상금 협상을 진행 중이거나 완료했다.

K배터리사들은 글로벌 전기차 업계의 배터리 재고 조정에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후 배터리사는 대규모 수주 물량을 채우기 위해 신·증설을 진행 중이다. 신규 투자가 많은 상황에서 기존 공장 가동률이 줄어들면서 배터리 업계의 비용 부담이 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생산해 받는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 1889억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31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AMPC를 제외한 영업이익률은 -0.5%다. 주요 고객사인 GM 볼트가 단종되면서 배터리 납품이 줄었고, 미국 미시간 단독 공장이 리모델링을 하면서 가동이 중단된 여파로 해석된다.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 영향으로 전기차 수요가 위축되면서 유럽 공장도 가동률이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 공장의 가동률은 올 1분기에 30%대로 매우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공장의 주요 고객사인 폭스바겐, 포드, 볼보 등에서 재고 조정이 지속됐다. 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의 2분기 가동률도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SK온은 1분기 영업손실 3315억원을 기록하면서 9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SK온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을 186억원까지 줄였지만 1분기 적자 폭이 다시 커졌다. 주요 고객사인 포드와 폭스바겐의 판매 부진이 지속돼 미국 공장 가동률은 매우 낮았을 것으로 파악된다. 유럽 고객사들의 수요 감소로 헝가리에서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SK온 유럽법인도 헝가리 이반차 공장(30GWh)의 가동을 1분기에서 2분기로 미루면서 시기 조율에 나서는 모양새다.

김도현 SK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도 SK온은 3013억원의 적자를 지속할 것"이라며 "흑자 전환은 올해 4분기에나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벌이는 보조금 협상이 상반기 중 타결되면 2분기 적자 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도 올해 부진한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삼성SDI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28.8% 감소한 2674억원을 기록했다. 삼성SDI는 통상 프리미엄 모델 비중이 커 수요가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고급 전기차에 공급되는 각형 P5 제품의 매출이 확대되고 각형 신제품 P6 공급이 시작됐지만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의 수요는 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SDI는 원통형 전지를 리비안과 볼보트럭에 공급하고 있다. 삼성SDI는 고객사를 대상으로 최소 구매 물량 계약 미이행에 대한 보상금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분기 국내 배터리사가 영업이익으로 인식한 AMPC 금액이 전 분기 대비 크게 줄어든 점을 미루어 보면 현지 공장 가동률과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은 IRA의 AMPC를 통해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면 셀 1킬로와트시(kwh)당 35달러, 모듈까지 생산하면 1kwh당 45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AMPC로 2분기 2164억원, 3분기 2155억원, 4분기 2501억원을 수령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 받은 AMPC는 1889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7.1% 감소했다. SK온도 지난해 2분기부터 AMPC가 증가하다가 올해 1분기 들어 급감했다. SK온 측은 "고객사 재고 조정으로 가동률이 조정되며 영업손실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SDI는 올해 1분기에 처음으로 467억원의 AMPC를 반영했다. 미국 팩 조립 라인에서 생산되는 배터리가 미국 내에서 생산한 모듈과 동일하게 AMPC 수령 대상으로 인정받았다.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캐즘에 따른 업황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원가 절감과 운영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주 2공장의 포드 전용 생산설비를 현대차용으로 전면 개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투자와 생산 측면 모두에서 비용 절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투자 우선순위를 철저히 따져보고 투자 규모와 집행 속도를 조정해 시설투자 집행 규모를 다소 낮추고자 한다"고 말했다.

경쟁업체보다 투자 집행 계획을 보수적으로 설정한 삼성SDI는 차세대 제품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다. 삼성SDI는 최근 46파이(지름 46㎜) 배터리 양산 준비를 연내에 완료하고 고객사를 확보해 내년부터 공급하겠다고 소개했다.

또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올해 생산공법과 라인 투자 계획을 확정해 2027년부터 양산할 방침이다.

[정유정 기자 /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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