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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로봇이 온다

로봇은 다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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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Tech Powers]'배터리 전쟁' 저자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고정 칼럼
⑨로봇은 다 어디 있을까?

머니투데이



지난번 서울 여행에서 나는 현대 미술계에 대한 이해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MMCA)을 방문하기로 결심했다. 첫 번째 전시실에서 우연히 로봇을 발견했다.

로봇은 귀여웠다. 또 현대 미술 사이에 적절하게 배치돼 있었다. 하지만 기능은 매우 기본적이었다. 화면에서 관심 있는 전시의 일부를 선택하면 해당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녹음을 재생하면서 해당 전시로 안내하는 기능이었다.


1940년대에도 있었던 로봇에 대한 기대와 우려


이 경험은 로봇의 진보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수십 년 전부터 로봇은 우리 일상 생활의 일부가 될 것으로 약속됐다. 집안일을 돕고, 노인을 부양하거나 외로운 사람들에게 말동무가 되어주는 로봇 말이다. 나는 1940년대 뉴욕 타임즈 사본을 찾을 수 있었다. '로봇이 생각하기 시작하는가'라는 제목과 생각에 잠긴 로봇을 그린 만화가 함께 있었다. 이미 당시 대중들도 로봇의 등장에 흥분과 걱정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2016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3분의 2가 로봇과 컴퓨터가 현재 인간이 하는 일을 '확실히' 또는 '아마도' 수행할 것이라 예상했다. 이처럼 거의 100년 동안 로봇에 대한 기대와 우려는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현대 미술관이나 가끔씩 공항에서 볼 수 있는 로봇, 대학이 주최하는 로봇 배틀 대회 외에 로봇은 어디에 있을까?

대부분은 공장 현장과 창고에 있다. 하지만 엄격하게 제한된 용도로 사람의 면밀한 감독 하에 사용해야 한다. 문제는 사람이 수행하는 대부분의 간단한 수작업도 로봇의 관점에서 보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엄청난 손재주, 환상적인 손과 눈의 협응력, 수많은 예외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휴대폰 배터리 재활용을 예로 설명해 보자.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평균 수명은 2~3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배터리에는 귀중한 코발트와 리튬이 포함돼 있다. 스마트폰 배터리의 제거 및 재활용은 미래가 있을 수 있지만, 배터리 제거 및 분해라는 간단해 보이는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로봇 구동 라인 구축은 매우 어려운 것으로 밝혀졌다. 스마트폰의 종류가 너무 다양하고 배터리의 형태도 아주 많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수작업으로만 이 작업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훨씬 더 많은 비용과 건강상의 위험이 따른다.

하지만 로봇에게 자율성과 독립적인 행동을 기대하는 게 잘못된 생각일 수 있다. 이 기대는 다시 한 번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로봇의 역사는 짧지만, 로봇은 협력자로서 훨씬 더 잘 작동한다는 게 증명됐다. 인간의 힘이나 정확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다.

로봇 공학은 대중의 기대에 비해서는 느리게 보이지만 많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다른 기술 분야의 변화가 이를 촉진하는 경우가 많다. 클라우드에 대한 간단한 접근을 예로 들어보자. 오늘날에는 인터넷 연결만 빠르고 안정적이라면 로봇이 의존하는 연산을 원격 서버에서 수행할 수 있다. 이 칼럼의 이전 기사에서 다룬 첨단 소재의 발전이 로봇의 상태를 인간과 같은 기대치에 더 가깝게 만드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최신 세대의 첨단 소재는 생체 조직과 동일한 물리적 특성(강성, 탄성, 점성)을 자랑한다. 살아있는 유기체와 기계의 주요 차별화 포인트 중 하나는 유기체의 부드러움이다. 본질적으로 매우 단단한 외골격을 가진 곤충조차도 부드럽고 탄력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움직임과 힘의 적용을 담당하는 근육 조직도 부드러운 조직이라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로봇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액추에이터는 딱딱한 공압식 및 유압식 액추에이터였다. 부드러운 시스템이나 강성을 변화시키는 소재를 로봇의 움직임에 사용해 자연을 더 가깝게 모방하는 게 새로운 아이디어다. 밸브, 물·공기 탱크, 펌프 등 유압 시스템의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로봇의 무게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한 부드러운 소재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로봇은 인간과의 상호작용에서 본질적으로 더 안전하다.


로봇이 지배하는 세상? 아직은 먼 미래 이야기


현대 로봇공학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또 다른 측면은 개인적으로 약간 오싹한 느낌을 주는데, 바로 생분해성이다. 여기서도 로봇은 자연을 더 가깝게 모방하려고 한다. 살아있는 유기체는 죽어서 땅속에서 분해되고 기계는 쓰레기장에서 녹슬거나 재활용된다. 로봇공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로봇의 겉과 속이 부드러운 생분해성 소재로 제작돼 땅속에서 생명체처럼 완전히 분해될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품질이 달성된다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걱정 없이 로봇을 대규모로 배치할 수 있을 것이다. 로봇이 숲이나 들판으로 떠나 죽어가는 세상을 상상해 보자. 또는 현재 도시에서 배터리가 방전된 전기 스쿠터처럼 쓸모 없어진 로봇이 최신 버전으로 교체되어 도로에 흩어져 시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그렇다면 로봇의 움직임을 추진하기 위한 전력 생산은 어떻게 될까? 재생식 브레이킹을 사용하는 게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제안된다. 도요타 프리우스의 이족 보행 로봇 버전처럼 언덕을 내려갈 때 로봇이 충전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AI는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데 서투른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언어 모델은 의학 시험을 풀거나 시를 쓸 수는 있지만 실제 생활에서 로봇을 효과적으로 작동시키지는 못한다. 심리학자이자 대중 지식인인 스티븐 핑커는 "35년간의 AI 연구의 주요 교훈은 어려운 문제는 쉽고 쉬운 문제는 어렵다는 것"이라 했다. AI가 체스에서 그랜드 마스터를 이길 수는 있지만, 한 살 유아가 탐색할 수 있는 물리적 장애물을 극복하는 데는 실패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 말이다.

경제성도 로봇 공학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이 분야 기업들의 과거 실적에 비추어 볼 때 고수익 투자로 여겨지지 않아 왔다. AI의 획기적인 발전은 먼저 오픈 소스 표준(발견이 자유롭게 공유되는)과 언어 및 이미지 모델(텍스트와 이미지)에 대한 풍부한 무료, 또는 거의 무료인 데이터에 의해 추진됐다. 마지막으로, 더 많은 컴퓨팅 성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가 유입되면서 AI는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오픈 소스 모델이 널리 보급되지 않은 로봇 공학에서 기업들은 자신들의 계획을 더 숨긴다. 그리고 시행착오를 통한 공간적 상호작용을 통해 데이터를 생성해야 한다. 로봇의 물리적 특성으로 인해 로봇 공학에서 발생하는 오류는 더 많은 비용이 드는 경향도 있다.

이 분야의 상당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공 지능 로봇의 지배라는 악몽을 꾸는 이들은 단잠을 잘 수 있을 것이다. 로봇이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의 정교함을 달성하는 건 여러 과학 기술 영역에서의 획기적인 발전이 필요한 매우 먼 미래의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 칼럼에서 표현된 견해와 의견은 전적으로 필자 개인의 것이며 소속회사의 것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필자와는 Twitter에서 @LithiumResearch를 팔로우하거나 hitechcolumn@gmail.com으로 연락할 수 있습니다.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S&P글로벌 수석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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