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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정부 실탄에 급락은 막았지만”...엔화값 더 떨어질거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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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NY서 달러당 엔화값 153엔
두 차례 시장 개입 관측에 따라
투기세력 시장 참여 줄어든 영향

日 정부 적극적 시장 개입 나서도
미·일 금리차의 근본적 해소 없이
추세적인 엔화 약세 막기 어려워

엔화 약세 진정세로 원화값 3주만에 1360원대
“원화, 극심한 변동성 장세 벗어날 듯”


매일경제

도쿄 환율 전광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이번 주에만 두차례에 걸쳐 외환시장 개입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엔화값이 달러대비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본정부의 잇단 시장 개입으로 추가 시장 개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투기세력들의 엔화 약세 베팅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본 정부가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통해 엔화 약세의 큰 흐름을 막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엔화 약세의 근본 이유인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해소되지 않는 한 지금까지의 노력은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값은 153.10엔까지 올랐다. 2일 도쿄 외환시장의 엔화값 종가가 155.50엔 선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달러당 2.40엔 수준으로 엔화가치가 오른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눈에 띄는 달러 매도-엔 매수 재료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서서히 엔고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9일과 이달 2일 오전에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엔화값 강세를 유도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를 위해 투입한 자금은 8조5000억엔 가량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 2022년 9~10월 시장개입 때 투입한 9조엔과 거의 유사한 금액이다.

시장 개입 여부와 관련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2일 프랑스 파리 순방길에서 “환율의 동향이나 개입의 여부를 포함해 코멘트는 삼간다”라고 말했다. 같은날 간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도 개입의 유무에 대한 질문에 “노 코멘트”라고 말한 다음 “24시간 적절한 대응은 취해 간다”라고 대답했다.

시장에서는 일본 정부의 예측치 못한 시장 개입으로 손실을 본 투기세력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가 계속해서 환율 안정 의지를 밝히고 있기 때문에 현재는 이들이 섣불리 거래를 재개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마지막으로 일본 정부가 외환 시장에 개입한 2022년 10월 경우 당시 달러당 엔화값이 150엔을 넘었지만 시장 개입 3개월 후인 2023년 1월에는 달러당 127엔까지 상승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초 달러당 엔화값이 140엔대 초반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160엔대까지 엔화값이 하락한 현 상황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닛케이가 추계한 지난해 3분기 균형 환율은 달러당 약 133엔이다. 이는 교역조건이나 대외 채무 등의 지표로 계산한 것으로 현재 환율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

문제는 최근 시장의 엔 매도 흐름 배경에 미일 간 금리격차가 있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 1일 금리 동경을 선언한 뒤에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다”라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남아 있어 현재의 정책금리 인하에 신중한 자세를 보인 것이다.

반면 일본이 미국과의 금리격차를 줄여 엔화 강세를 유도하기 위해 꺼낼 수 있는 카드인 일본 금리인상이 조기에 단행되기는 어려운 구조다. 일각에서는 6~7월 인상설이 돌고 있지만 잠재성장률과 국가부채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여기에 일본 기업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해외에서 벌어들인 외화를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현지 대금 결제와 재투자 등에 사용하는 것도 엔화 매수 수요를 줄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만약 엔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서 엔화값이 달러당 160.35엔 이하로 추락한다면 이는 1986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환율이 1985년 ‘플라자 합의’ 시기 때 수준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엔화 약세가 일단 진정되면서 달러당 원화값은 모처럼 10원 이상 뛰며 1360원대로 올랐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13.1원 오른 1362.8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값이 1360원 초반대로 오른 것은 지난달 9일(1354.90원) 이후 3주만이다. 원화값은 장중 1361.4원까지 상승했다. 이날 원화값 상승은 엔화 강세 덕분이란 분석이다. 비둘기파적(통화 완화)으로 해석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로 달러가 약세를 보인 것도 원화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달러인덱스는 105대로 지난달 10일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엔화가 출렁이지 않는한 원화값이 135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추세적인 원화 강세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극심한 변동성 장세에선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1350원대를 중심으로 등락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강달러를 유발하는 대내외 불확실성 리스크가 잠재해 있는 만큼 원화값이 다시 1390원대로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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