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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마이너스 13%… 엔화로 美국채 투자한 일학개미들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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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치 하락 직격탄 맞아

엔화 가치가 너무 떨어져 다시 오름세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로 일본에 투자했던 ‘일학개미’(일본 주식을 사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때 달러당 160엔 선 넘게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오르는(가치는 하락) 등 34년 만에 최저 수준의 ‘수퍼 엔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금리도 떨어질 것이란 기대로 엔화로 미국 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산 투자자들의 근심이 더 크다. 미 국채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가격 상승, 엔화 반등에 따른 환차익이라는 “더블 수익”을 노렸지만,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일본 외환 당국의 개입까지 등장하면서 엔화 가치가 요동을 치며 불안한 모습이다. 지난 1일 미국의 금리 동결 발표 직후 뉴욕 외환시장에서 한때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157엔에서 153엔까지 4엔 이상 급락했다가 다시 155엔 근방에서 움직이기도 했다. 일본 당국의 시장 개입이 있었으나 일시적 효과에 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금리 인하 등이 없으면 당분간 엔저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일학개미들의 추가 손실 가능성도 우려된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현국


◇5000억 넘게 엔화로 미 국채 투자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일학개미들의 일본 증시 투자금은 지난달 30일 5조6043억원(40억6200만달러)을 기록했다. 지난해 4월 4조1201억원(29억8300만달러)였지만 1년 만에 1조4800억원쯤 늘었다.

일학개미들이 그중 올 들어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ETF(상장지수펀드)는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국채 엔화 헤지’ ETF였다. 순매수 금액은 3억6417만달러(약 5015억원)였다. 둘째로 많이 사들인 종목도 엔화로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7-10년 미국 국채 엔화 헤지’였다. 일학개미들은 같은 기간 총 2925만달러(약 402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그런데 2일 투자 전문 매체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국채 엔화 헤지’ ETF는 올 들어 13%의 손실을 기록했다. 일학개미들의 순매수 순위 2위인 ‘아이셰어즈 7-10년 미국 국채 엔화 헤지’ 역시 올해 수익률이 -7.4%였다.

◇ 수퍼 엔저, 美 고금리에 ‘더블 손실’

이는 ‘미국의 금리 인하 전망 후퇴’와 ‘역대급 엔화 약세’가 동시에 겹쳤기 때문이다. 엔화로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ETF는 엔화가 강세로 방향을 바꾸고 미국 금리가 떨어져야 수익을 낼 수 있는데, 그런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 것이다.

미 연준은 올 초만 해도 연내 기준금리 세 차례 인하를 예고했지만, 견조한 미국 고용 시장 상황 등으로 시장에선 연말 한 차례 인하나 올해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1일 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일축하긴 했지만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예상보다 더 멀어질 수 있다”고 했다. 수퍼 엔저도 손실을 키우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올해 1월 140엔대 수준에서 꾸준히 오르면서 지난달 29일 장중 160.20엔까지 올랐다. 이런 엔화 약세는 1990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일본 당국이 160엔을 넘은 지난달 29일, 그리고 1일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엔저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증권가 “향후 추가 손실 가능성도”

시장에선 “엔화 약세의 근본 원인이 미·일 간 금리 차 장기화인 만큼 추세에 변화가 없다면 엔화 약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엔화 노출 미 국채 투자 상품에서 추가 손실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나 통화 정책이 환율을 반전시키기 어렵다고 본다”며 “미국의 통화 정책 변화가 가시화하는 올 3분기까진 현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의 국채와 기업어음(CP)·회사채 매입 축소(테이퍼링)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일본은행은 기존 통화 정책을 유지했다”며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가 나오지 않으면 엔화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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