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2 (수)

[단독] 평균 연봉 1억1700만... 産銀 제치고 ‘신의 직장’으로 뜬 이 公기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치산기술협회, 공공기관 평균연봉 1위

조선일보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한국치산기술협회 사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산림청 산하의 한국치산기술협회가 지난해 공공기관 가운데 평균 연봉 1위를 차지했다. 이 기관 직원 평균 연봉은 지난해 1억1701만원이었고, 그중 54%인 6279만원이 성과급이었다. 고액 연봉으로 유명한 산업은행(1억1300만원)과 중소기업은행(1억861만원) 등 금융기관들의 평균 연봉을 제친 것이다.

1일 공공기관 경영 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경영 정보를 공시한 공공기관 327곳의 일반 정규직 평균 연봉은 7012만원이었다. 치산기술협회 직원들은 그보다 67% 많은 급여를 받은 것이다.

치산기술협회의 수입 원천은 정부 재정이다. 이 기관은 주로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용역을 받아 산사태와 홍수 등에 대비한 사방(砂防) 사업 관리와 평가 업무를 수행한다. 지난해 기관 수입 187억9200만원 가운데 168억5000만원(90%)이 정부 예산에서 나왔다. “나랏돈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조선일보

그래픽=박상훈


치산기술협회는 지난 2008년 사방협회라는 이름의 산림청 산하 특수법인으로 출범했다. 지난해 기준 임직원은 78명이었다. 협회장은 산림청장과 차장 출신 전관들이 차지해왔다. 최병암 현 회장도 산림청장 출신이다.

2022년까지 치산기술협회의 평균 연봉은 6000만~7000만원대였다. 성과급도 2022년에는 2711만원으로 기본급보다 훨씬 적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여름철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로 산사태와 수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이 기관으로 투입되는 정부 재정이 늘었다. 치산기술협회의 정부 사업 수입은 2020년 67억6000만원에서 지난해 168억5000만원으로 확대됐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 대부분은 성과급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수입에서 지출을 뺀 수익 55억700만원 가운데 48억3000만원가량(약 88%)이 성과급으로 쓰였다. 이 기관 보수 규정에는 ‘회장이 수익금 범위 내에서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최병암 회장은 “지난 2021년 신사옥이 완공되기 전까지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수를 지급하지 못하기도 했고,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는 의미에서 성과급을 늘린 것”이라고 했다.

산림청은 “치산기술협회가 지난해까지 특수법인이었고 올해 처음 산림청 산하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관리·감독이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특수법인은 공공기관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재무적인 부분은 (정부 통제를 받지 않고) 해당 기관이 자율적으로 맡아서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사실상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특수법인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이 아니더라도 예산이 어떻게 쓰이고, 얼마나 남는지 등을 관리·감독하는 게 기본”이라며 “정부가 사업 일부를 소관 기관에 떠넘기고, 관리 책임은 회피하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산림청은 1일 보도 참고 자료를 내고 “치산기술협회를 대상으로 성과급 환수, 관련자 징계,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우량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