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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美 컬럼비아대 시위대 건물 점거, 대학 “퇴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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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30일 새벽 미 컬럼비아대에서 반이스라엘 시위대가 해밀턴 홀을 점거해 문을 걸어잠그고 있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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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 반전 시위가 시작된 곳이자 핵심인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반이스라엘 시위대가 학교 건물을 기습적으로 점거했다. 이들은 전날 학교 측이 불법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에 대해 정학 처분을 내리자 이에 반발해 새벽을 틈타 건물로 들어갔다. 학교 측은 지난주 말 경찰 등 공권력 행사는 더이상 없을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불법 시위에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사태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캠퍼스 내 야영장 등에 있던 학생들은 자정이 지나자마자 행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을 자유롭게 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캠퍼스 주변을 행진하다 약 20분 뒤 사우스론 인근 학생처장실이 있는 ‘해밀턴 홀’을 점거했다. 원래 해밀턴 홀은 잠겨 있었다. 그런데 두건과 선글라스를 낀 사람들이 몰려와 망치 등으로 유리창을 깨고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수십 명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금속 바리케이드와 의자, 테이블 등을 이용해 문을 걸어 잠갔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전했다. 컬럼비아 학생들이 만드는 ‘컬럼비아 데일리 스펙테이터’에 따르면 시위대는 건물 내부로 들어가 보안 카메라를 테이프와 검은 쓰레기봉투로 가렸다.

해밀턴 홀은 이 대학에서 역사 깊은 건물이다. 미국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의 이름을 딴 곳으로, 1968년 베트남전 반대 시위, 1972년 반전 시위, 1985년, 1992년 등 시위 도중 수차례 이곳을 점거했다.

대학은 캠퍼스 출입 통제를 시작했다. 컬럼비아대는 공지를 통해 캠퍼스 내 주거용 건물에 거주하는 학생들과 일부 직원들 외에는 모닝사이드 캠퍼스에 들어올 수 없다고 밝혔다. 학교는 “우리 커뮤니티 모든 구성원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야영을 주도한 컬럼비아대 학생 단체인 ‘컬럼비아대 아파르트헤이트 디베스트’는 자신들이 해밀턴 홀을 점거했고 학교가 이스라엘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으로부터 투자 철회를 하는 등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할 때까지 점거 농성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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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새벽 해밀턴 홀을 점거한 미 컬럼비아대 반이스라엘 시위대가 건물 안에서 출입문을 폐쇄하고 있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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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시위는 전날 학교와 협상이 결렬되면서 발생했다. 학교는 29일 오후 2시까지 불법 야영을 끝내라고 했지만 이들은 응하지 않았다. 학교는 불응한 학생들에게 정학 처분을 내렸고 이에 반발한 학생들이 해밀턴 홀 점거에 나선 것이다. 시위는 거세지고 있지만 시위대의 규모는 처음과는 달리 많이 줄어든 상태다. 뉴욕타임스는 “학교 밖에는 학생들보다 기자들이 더 많다”고 했다.

이날 오후 컬럼비아 대학은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학생들에게 정학 처분에서 수위를 높여 퇴학시키겠다고 밝혔다. 이 학교 대변인 벤 창은 “우리의 결정은 시위대의 행동에 대응하는 것이고 시위대의 대의에 대응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현재 뉴욕시의 대학에서 학칙을 지키지 않은 학생들은 정학 처분을 받는다. 정학을 받은 졸업반 학생들은 졸업 자격이 박탈된다. 다만 경찰 등 공권력을 투입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말 학교는 “더 이상 경찰을 부르는 등 공권력을 캠퍼스에 진입시키지는 않겠다”고 한 바 있다. 지난 18일 한차례 뉴욕경찰이 100여명을 체포한 뒤 시위가 격화된 것을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이달 학교 졸업식이 예정되어 있는 등 학생들의 불법 시위를 차일피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이날 새벽 캘리포니아 주립 폴리테크닉 대학에서는 총장실을 일주일 동안 점거하던 반이스라엘 시위대가 경찰에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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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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