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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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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화려할 순 없다…브로드웨이 흔든 K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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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에서 개츠비 역을 맡은 제러미 조던(왼쪽)과 데이지 역을 맡은 에바 노블자다가 열연하는 무대. 오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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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뮤지컬이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성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주인공은 국내 뮤지컬 제작사 오디컴퍼니의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지난달 말 약 1500석 규모인 뉴욕 브로드웨이 시어터에서 프리뷰가 시작된 이후 10회 연속 매진 행렬을 이어 나가며 브로드웨이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5일 공식 오픈 공연 이후에도 높은 예매율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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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획사가 브로드웨이에 올린 뮤지컬이 이 같은 뜨거운 흥행 기록을 세운 것은 처음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12일부터 한 달간 뉴저지 페이퍼밀 플레이하우스에서 진행된 시범 공연에서는 1200석 객석이 전 회차 매진된 바 있다. 총괄 프로듀서인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사진)를 제외하고 브로드웨이 맞춤으로 구성됐다.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로 꼽히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 원작을 뮤지컬로 만드는 만큼 연출가, 배우, 음악 작곡가 등은 거의 다 미국인이다. 뮤지컬 '뉴시즈'로 2012년 토니상 후보에 오른 뮤지컬 배우 제러미 조던이 주인공 개츠비 역을 맡았고, 여주인공 데이지 뷰캐넌 역은 뮤지컬 '미스 사이공'(2017), '하데스 타운'(2019)으로 두 차례 토니상에 노미네이트된 에바 노블자다가 소화했다.

뉴욕 문화계에서는 K뮤지컬의 미국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김천수 뉴욕 한국문화원장은 "한국 배우가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것은 오솔길을 연 것이고, 한국 기획·제작사가 진출한 것은 차가 지나갈 정도의 도로를 뚫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지난 26일 뉴욕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가 나온 배경으로 "최고의 작품을 브로드웨이에서 만들겠다는 결핍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원작뿐만 아니라 논문 등 관련 내용을 읽고 공부하면서 정리한 연구 노트만 3권에 달한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브로드웨이) 신작 중 위대한 개츠비가 단연 톱"이라며 "현재 분위기라면 큰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손익분기점이 주당 티켓 매출 100만달러(약 13억8000만원)인데, 프리뷰 때부터 100만달러 돌파를 계속 이어 나갔다"면서 "앞으로 5년간 공연이 이어지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브로드웨이에서는 공연 매출이 손익분기점을 2~3주 연속 밑돌면 극장주가 직권으로 막을 내릴 수 있다.

위대한 개츠비는 브로드웨이 공연뿐만 아니라 곧 미국 전역 투어 공연을 준비하고 있으며, 영국과 호주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2025~2026년엔 한국 공연도 생각 중이라고 신 대표는 밝혔다. K뮤지컬의 브로드웨이 돌풍 배경으로는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최대한 현대적인 구현을 했다는 것이 꼽혔다. 연출을 맡은 마크 브루니는 "소설 속 시대상인 1920년대를 참고했지만 박물관에서나 볼 구식이 아닌 파티에 직접 간 듯한 기분을 느끼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아낌없는 투자를 통해 상상했던 최대치를 뛰어넘는 결과가 나왔다"고 강조했다. 곡을 만든 제이슨 하울랜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소설 속 파티에 걸맞은 화려한 곡을 썼다"면서 "이를 위해 탭댄스가 흥겨움을 더했다"고 전했다.

이번 뮤지컬의 전체 제작비는 무려 2500만달러(약 345억원)에 이르고 이 중 전반은 오디컴퍼니가, 나머지는 외부 투자를 통해 조달됐다. 사실 신 대표의 브로드웨이 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앞서 뮤지컬 '드림걸즈'(2009), '홀러 이프 야 히어 미'(2014), '닥터 지바고'(2015) 등으로 브로드웨이의 문을 두드린 바 있다. 그러나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그는 "위대한 개츠비는 팬데믹 기간 3년 넘게 준비하며 수정에 수정을 거치며 완성도를 최대한으로 높였다"면서 "앞으로 K뮤지컬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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