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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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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때] 할리우드 못지 않네, 국내 최초 개봉하는 우크라이나 액션 영화 ‘도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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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신정선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62번째 레터5월 개봉하는 영화 ‘도뷔시’ 입니다. 첨 들어보신다고요. 대부분 그러실 거에요. 한국에서 최초로 극장 개봉하는 우크라이나 영화랍니다. 오늘(29일 월욜) 시사회를 했는데요, 저도 우크라이나 영화를 첨 봤는데, 저의 무지와 선입견을 다시 돌아보게 됐답니다. 이만한 박력, 할리우드에서도 쉽게 못 나옵니다. 극장에서 얼마나 흥행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영화 어때’ 독자분들과 나누고 싶어서 돌발 레터로 준비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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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극장 개봉하는 우크라이나 영화 '도뷔시' 포스터. 가운데가 우크라이나의 민족 영웅 올렉사 도뷔시고요, 왼쪽이 그의 속을 썩이는 동생 이반 도뷔시, 오른쪽은 그의 여인 마리치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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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포스터 보시겠습니다. 느낌 오시죠. ‘전설의 시작을 함께하라’는 홍보 문구도 그렇고, 어쩐지 극장에 하루이틀 걸었다가 IPTV로 직행할 것 같은 분위기 아닌가요? 흠. 도뷔시라는 인명도 생소하고요. 우크라이나 민족 영웅이라는데... 긁적긁적. 그런데도 제가 굳이 시사를 챙겨서 본 이유가 있습니다. (심지어 같은 시간에 다른 한국 영화 시사가 겹쳤는데 저는 콕 집어 ‘도뷔시'를) 시사회 초청 메일에 ‘우크라이나 대사가 참석해 연설한다’고 써있더군요. 아.... 먼 나라 극장에서 조국의 영화를 최초로 선보이는 그 심정이 어떨지. 제가 명색이 대한민국 일간지 영화 담당 기자인데 가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었습니다. 지금이야 한국 영화 위상이 드높지만, 한때, 그러니까 불과 30년 전? 아니 40년 전? 한국 영화를 들고 유럽 어느 나라에 가서 처음으로 보여주던 우리 외교관도 비슷한 마음이지 않았을까요. 이 좋은 걸, 이 감동적인 걸, 꼭 함께 나누고 싶다, 대한민국 영화도 이렇게 멋지다, 등등.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초청을 했는지 외국분이 많이 보이는 시사회였습니다. 관객 앞에 선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대사는 “이 영화는 자유와 정의를 위한 끊임없는 투쟁, 악에 맞서는 단결의 힘을 일깨워준다”며 “어려운 시기에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주는 대한민국에 감사하다”고 하시더군요.

대사님 말씀에 따르면 도뷔시는 우크라이나 민족 영웅이라고 하는데요, 계급과 신분이 삶의 모든 조건을 가르던 18세기 초반, 귀족의 폭압에 맞서 민중을 위해 싸운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우리로 치면 임꺽정 같은, 서양으로 치면 로빈후드 같은 사람인 거죠. 도뷔시는 형제입니다. 형인 올렉사 도뷔시가 주인공이고요, 동생 이반 도뷔시는 형과 갈등을 빚으면서 영화의 긴장감을 끌어올립니다. 올렉사가 어릴 때부터 좋아해온 마리치카와 결혼하던 날 전쟁터에 끌려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영화 빌런으로 나쁜 대령이 나오는데, 이 놈이 징집된 올렉사에게 “잘 싸우면 자유를 주겠다”더니 자유가 아니라 몰매를 선사합니다. (대령은 이후에도 계속 올렉사를 추적하는 빌런으로 나옵니다.) 올렉사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고향에 오니, 아니 이게 웬말, 사랑하는 마리치카는 늙은 남자와 결혼해버렸습니다. 올렉사가 죽었다는 소문이 파다했거든요. 동생 이반은 도적떼의 우두머리가 됐고요. 올렉사가 이 도적떼를 선한 힘으로 이끌며 핍박당하는 마을 사람들을 구하는 영웅이 되는 게 큰 줄거리입니다. (유부녀 마리치카와 연애도 계속합니다. 남편이 있거나말거나. 분노한 남편이 이야기 후반부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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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개봉하는 우크라이나 영화 '도뷔시'의 주인공 올렉사 도뷔시. '총을 맞아도 죽지 않는다'는 전설을 갖고 있지만 사실 총을 맞고도 죽지 않았던 이유는 따로 있답니다. 자세한 이유는 영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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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로만 보면 어디서 많이 듣던 풍월이다 싶으시죠? 영웅 서사의 틀에서 벗어나진 않습니다. 이 영화의 매력은 작품성이 아니고요. 촬영지인 우크라이나 카르파티아 산맥의 놀라운 풍광(작은 스크린으로 봤는데도 장관이었습니다), 처음 보는 배우들의 신선한 연기, 영화를 통해 알게 된 18세기 우크라이나의 사회 제도와 의상(그 시절 그 곳에도 대공녀가) 등 모든 면에서 한국 관객에게 새로움을 준다는 점입니다. (카르파티아 산맥은 영화를 보고 나서 찾아보니 자연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곳이더군요.) 뭔가를 끊임없이 투쟁해서 쟁취하는 줄거리다보니 싸움과 전투가 계속 나오는데, 꽤 역동적이고 힘이 넘쳐요.

무엇보다 영화 제작비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우크라이나 역사상 최대 제작비를 들인 작품 중 하나'라고 해서 수백억원 썼나 했더니, 한화로 단돈(!) 40억원 정도 들였다고 하네요. 어떻게 그 액수로 이런 규모가 가능했는지 지금도 궁금합니다. 의상에 엄청 공을 들였던데 의상비만 해도 엄청날 거 같은데요. 한국에선 그 제작비로 이런 규모는 어렵지 싶습니다. 사장님들이 호환마마보다 무서워한다는 인건비의 차이인 걸까요.

개봉일자가 아직 확정이 안 된 듯 한데, 오다가다 듣거나 보시면 눈길을 주실 만한 매력이 충분한 영화입니다. 물론 ‘처음 만나는 우크라이나 영화'라는 플러스 점수를 깔고 간다는 점에서. 저는 일단 새로워서 좋았네요. 아, 영화에 루마니아, 폴란드 등 주변국이 간혹 언급되는데 제가 당시 동부유럽사에 무지해서 간과한 포인트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감상에 큰 지장은 없었어요. 외국하고 싸우는 게 아니라 옛날 우크라이나 계급 계층 사이의 투쟁 위주라서요. 이번 주는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인데요, 아마도 다음 레터는 전주에서 보내드리게 될 거 같아요. 어떤 소식일지 기다려주세요. 아래 ‘도뷔시' 예고편 영상 붙일게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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