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9 (금)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李, 15분간 모두 발언...비공개 대화 땐 尹이 주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가지고 왔습니다. 여기 오는 데 한 700일 걸렸습니다”

29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양자 회담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정장 주머니에서 준비해온 A4 용지를 꺼내며 윤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인사말을 주고받은 후 대통령실 풀(pool) 기자단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것은 아니고...”라며 취재진 앞에서 공개적으로 약 15분간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이 대표는 A4 용지 10장 정도의 원고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자 원고지 28장에 달하는 분량이었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 말씀 듣고 말씀 드리려고 했는데”라고 하자, 윤 대통령은 “아니죠. 손님 말씀 먼저 들어야죠”라며 양보했다. 이 대표는 먼저 “(국회에서) 오다 보니 한 20분 정도 걸리는데 실제 여기 오는 데 한 700일이 걸렸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회담한 것은 2022년 5월 취임 후 720일 만이다. 이 대표는 그해 8월 당대표 취임 후 9차례에 걸쳐 윤 대통령과의 회담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늦은 감이 있지만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도 있다”고 말한 후, “제가 드리는 말씀이 거북하실 수 있는데 그것이 야당과 국민이 갖는 이 정부 2년에 대한 평가의 일면으로 생각해 달라”고 말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특히 현 정부의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해 “정치는 실종되고 지배와 통치만 있었다는 평가가 많다” “독재화가 진행 중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민들이 혹시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가 잡혀가는 것 아닐까 걱정하는 세상이 됐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행정 권력으로 국회와 야당을 혹여라도 굴복시키려 하시면 성공적인 국정은 쉽지가 않을 것”이라며 “국정의 방향타를 돌릴 마지막 기회다라는 그런 마음으로 우리 국민들 말씀에 귀 기울여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진지한 표정으로 이 대표의 발언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모두 발언을 마치자 “좋은 말씀 감사하다. 평소에 우리 이 대표님과 민주당에서 강조해오던 얘기라서 이런 말씀을 하실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자세한 말씀은 저희끼리 얘기를 진행하시죠”라고 했다. 모두 발언 이후에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이 위치한 용산의 역사적, 지리적 배경 등을 이 대표에게 설명했다. 함께 2층 로비에서 기념 촬영도 했다.

이 대표가 주도했던 공개 발언과 달리 비공개 회담에서는 윤 대통령의 발언 분량이 많았다고 한다. 130분에 걸쳐 진행된 회담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말을 한 시간은 85대15 정도 비율이었다고 민주당 측은 전했다. 이 대표가 화두를 꺼내면 윤 대통령이 답변하는 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앞서 이날 오후 2시쯤 회담이 시작될 때는 양측 모두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이 대표는 검은 정장에 남색 넥타이 차림에, 태극기 배지를 착용하고 대통령실 집무실에 도착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이 이 대표와 수행원들을 맞이해 회담장으로 안내했다. 윤 대통령은 남색 정장에 붉은 계열 넥타이 차림으로 회담장 입구에서 이 대표를 기다리다가 맞이했다. 윤 대통령은 집무실 입구에서 이 대표와 반갑게 악수하면서 이 대표 어깨를 가볍게 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아이고 대통령님, 감사하다”고 했고, 윤 대통령은 “오랜만이다. 잘 계셨나. 선거운동하느라 아주 고생 많았을 텐데 이제 건강 회복하셨나”라고 했다. 이 대표는 “아직 많이 피로하다. 고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양자 회담이 열리는 원형 테이블로 이동해 “편하게 좀 여러 가지 하시고 싶은 말씀 하시라”고 했다. 이 대표는 “오늘은 비가 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날씨가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이 대표하고 만나는 거 우리 국민이 다 고대하셨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날씨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 측 배석자인 진성준 정책위의장, 천준호 대표 비서실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모두 가슴에 국회의원 배지를 착용했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관심을 모았던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독대’는 없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독대를 하면 거래를 했다는 말이 나올 수 있어 애초 대통령실 쪽에 독대는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해 뒀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는 우엉차와 한과, 과일이 곁들여졌다. 대통령실 쪽은 “이 대표가 우엉차를 좋아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동하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