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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연금과 보험

불붙는 펫보험 경쟁…이런 혜택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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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추천 서비스 등장 임박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3 한국반려동물보고서’와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스몰티켓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는 552만가구로 집계됐다. 전체 가구의 26%에 해당한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인’ 역시 약 1262만명으로 전체 25%에 달한다. 동시에 반려동물 양육비는 월평균 21만6000원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양육비 중 병원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28%에 달하는 만큼, 병원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한국소비자연맹 조사 결과 반려인의 83%가 동물병원 진료비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양육비 부담이 커지면서 펫보험이 반려인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에 맞춰 보험사들도 잇달아 펫보험을 내놨지만 아직까지 가입률은 1% 미만이다. 그만큼 시장 성장 여력이 높다는 의미도 된다. 최근 보험사들이 펫보험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배경이다.

매경이코노미

서울 종로구의 한 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반려견의 동물등록을 진행하고 있다.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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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 점유율 50% 이상

각 사 상품 경쟁력 강화 속도

펫보험 시장 선두 주자는 메리츠화재다. 지난 2018년 국내 최초 장기 반려동물 실손의료비보험인 ‘펫퍼민트’를 선보인 이후 줄곧 국내 펫보험 시장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메리츠화재에 따르면 손해보험업계 전체 펫보험 보유 계약 건수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1만건인데, 그중 메리츠화재가 50% 이상을 차지한다. 보험료 기준으로는 전체 468억원 규모 시장 대비 메리츠화재가 약 298억원으로 64%를 점유하고 있다.

경쟁사보다 빠르게 시장에 뛰어든 만큼 선점 효과를 톡톡히 봤다. 가장 오래 펫보험 상품을 판매한 만큼 반려동물 의료 복지를 지원한 사례와 의료 관련 데이터가 많이 쌓였다는 분석이다.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요구에 맞춰 다시 보장을 강화하는 등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반려견 보험의 경우 슬개골 탈구 관련 누적 보험금이 지난해 말 기준 약 44억원으로 가장 많이 지급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메리츠화재는 상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슬개골 질환을 기본 보장에 포함했다. 특약으로 선택해야 슬개골 질병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다른 상품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제휴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별도 보험금 청구 절차 없이 자동으로 보험금이 지급되는 ‘간편 보상 청구 서비스’도 특징이다. 이 같은 서비스를 운영하는 보험사는 메리츠화재가 국내 유일하다.

메리츠화재 뒤를 DB손해보험이 추격하고 있다. DB손해보험은 지난해 7월 기존 펫보험보다 가격을 낮추고 보장을 강화한 ‘펫블리 반려견보험’을 앞세워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업계 최고 수준인 연간 2000만원까지 보장한다. 역시 업계 최초로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CT) 촬영 시 1일 한도를 최대 100만원까지 늘려주는 추가 보장 담보도 탑재했다. 보호자가 입원하게 돼 반려동물을 애견 호텔에 위탁할 경우, 가입 금액 한도만큼 위탁료를 보장해주는 점도 호평을 받는다. 이런 강점이 입소문을 타며 가입 건수가 매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1월 1495건이었던 신계약 건수가 2월 2107건, 3월 2306건에 이른다. 최근 3개월만 놓고 보면 메리츠화재와 DB손해보험의 신계약 건수가 30%대로 비슷하다는 전언이다.

삼성화재도 지난 4월 2일 반려견을 위한 다이렉트 전용 상품 ‘착한펫보험’을 새롭게 선보였다. ‘착한펫보험’은 특이하게도 반려견 장례 서비스를 지원한다. 특약 가입 후 보험 기간 중 반려견이 죽을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거나 삼성화재 전용 장례 서비스를 지원해준다. 고객은 원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보장 범위별 특약을 세분화한 점도 눈에 띈다. 일시에 목돈이 드는 수술 당일 의료비만 보장하는 ‘실속형’ 플랜은 월 최저 보험료 1만원대 이하로 가입 가능하다. 반대로 다양한 보장을 받고 싶은 고객은 반려견 의료비나 배상책임 등을 포함한 ‘고급형’ 플랜에 가입하면 된다. 지난 2018년 ‘애니펫’과 2022년 ‘위풍댕댕’ 등 반려동물 전용 상품을 내놓은 데 이어 올해 새로운 상품을 추가하며 시장점유율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해상도 빼놓을 수 없는 플레이어다. 현대해상은 4월 ‘굿앤굿우리펫보험’ 개정을 통해 상품 경쟁력을 높였다.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을 반영해 기존 3·5년 만기 외 7·10년 만기를 추가했고, 업계 최초로 특정 약물 치료와 이물 제거 등 특정 처치를 추가 보장하는 의료비 확장 담보를 신설했다. 내시경을 통해 이물 제거를 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기본 의료비에서 보장하는 1일 30만원 한도 외 200만원 한도로 추가 보장한다. 이와 함께 아토피 치료제를 포함해 쿠싱 증후군 치료제 등 특정 약물 치료에 대한 의료비도 10만원 한도로 보장을 늘렸다. 상품 개정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현대해상에 따르면 4월 1일부터 15일까지 해당 상품의 수입 보험료가 전월 같은 기간보다 4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메리츠화재·DB손해보험·삼성화재에 다소 뒤처진 점유율이 4월에는 3위권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B손해보험도 최근 ‘KB 금쪽같은 펫보험’ 상품 개정에 나섰다. 이번 개정을 통해 종양·심장·신장 등 3대 주요 질환에 대해 기존 대비 보장 한도를 늘린 ‘반려동물 치료비Ⅱ’를 탑재했다. 반려견과 반려묘 대표 사망 원인으로 꼽히는 이들 3대 질환에 대해 보장을 2배 늘려 1일 치료비는 각 30만원, 1일 수술비는 500만원까지 보장한다. 반려동물이 죽을 경우 보호자에게 돌아가는 사망위로금도 기존 15만원에서 30만원까지 확대했다. 지난해 펫보험 상품을 처음 선보인 후발 주자인 만큼 아직까지 점유율이 높지 않지만, 꾸준히 상품 경쟁력을 강화해 경쟁사를 추격하는 중이다.

최근 보험사들이 잇달아 펫보험 상품을 강화하는 이유는 펫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시행이 임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혁신 금융 서비스 사업자로 지정한 11개 핀테크 업체는 펫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자동차보험을 대상으로 해당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예상보다 흥행이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입률이 낮은 펫보험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펫보험은 아직 가입률이 1%대로 낮다는 점에서 보험사들이 비교 서비스 시행을 앞두고 최근 상품을 개정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당초 메리츠화재가 독주하던 시장에서 다른 업체들의 점유율도 많이 올라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 입장에서 펫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점유율 확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펫보험 가입률 1% 미만

제도적 뒷받침 시급

다만 펫보험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0.8%로 스웨덴(40%), 영국(25%), 노르웨이(14%)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서는 합리적인 보험료로 보장을 강화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반려동물 진료코드조차 표준화되지 않은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진료비도 동물병원마다 제각각이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차원의 인프라 구축뿐 아니라 동물병원과 보험사의 협력 강화를 통해 진료 항목 정비를 지원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보험사는 안정적인 사업을 운영할 수 있고, 동물병원은 의료 시장 확대로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는 보다 낮은 부담으로 보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펫보험 인지도 향상도 과제로 꼽힌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반려가구의 77%는 펫보험에 대해 들어본 적 없거나, 보험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절반 이상이 구체적으로 펫보험에 가입했을 때 받을 수 있는 혜택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펫보험을 통해 진료비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아직까지 펫보험을 잘 모르는 보호자가 많다”며 “반려동물 보호자가 펫보험에 대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보험업계가 함께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6호 (2024.04.24~2024.04.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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